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작년 봄, 15학번 새내기 신분이었던 나는 으레 신입생들은 놀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맞게 하루하루 놀기에 바빴다. 고3 시절을 열심히 보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수험 생활에 대한 보상 심리는 그 누구보다 컸었기에 지난 1년 동안 학업에 집중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그렇게 학점 관리는커녕 출석조차 제대로 못하는 생활을 반복하며 1년을 보냈고 어느새 나는 2학년이 되었다. 대학교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끝마친 상태에서 16학번에 대한 궁금함과 빠른 년생이라는 제약이 따랐던 작년과는 달리 법적으로 성인이 됐다는 이유 때문에 2016년을 맞이하는 내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갑지 않은 손님이 내게 찾아왔다. 요즘, sns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대2병’의 증세가 나에게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2병’이란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심리적 증상을 일컫는다. 과거, 많은 사람들에게 낯부끄러운 기억을 만들어 줬던 ‘중2병’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그 증상은 정반대로 정의된다. 근거 없는 자기 신뢰를 갖게 해주는 중2병과는 달리 대2병은 미래에 대한 고민과 다른 뛰어난 사람들과의 비교를 지속적으로 하며 끝내 우울함에 빠지는 상태를 말한다. 수험생 시절 모의고사 성적이 나쁘게 나와도 ‘난 실전에 강하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했던 나였기에 갑작스레 찾아온 우울함은 수용할 수 없는 이질감으로 다가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내가 ‘우물 안 개구리의 개구리’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후에 대2병이 내 곁으로 왔다. 평택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하며 나를 나름 우수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서울에 와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사실을 지난 1년 동안 인지하고 있었지만 대학 생활에 적응하느라, 또 술 마시며 놀기에 바빠 계속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고 여유라는 틈이 생기니까 결국 쾅 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기약 없이 그저 우울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2병에 걸렸으니 2학년을 흐지부지 소비하기에는 내 20살이 너무 아깝다. 이제 스스로 해쳐 나갈 줄 아는 성인이기에, 우울하면 그 우울함보다 더 큰 즐거움을 찾으면 된다. 당장의 기말고사에 노력을 쏟고 거기서 보람을 느낄 것이다. 1학기를 마무리하고 다음 학기를 기대하며 여느 때와 같이 동기들과 웃고 떠들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우울함도 하나의 해프닝에 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손홍범(경영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