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는, 표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고민과 사연들이 참으로 많은 듯하다. 이번 성대문학상에 투고된 시들에는 주체할 수 없는 상실감, 불안, 열망,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앓고 있는 청춘들의 내출혈이 낭자하다. 이들은 이런 자기 내면을 누군가에게 간절하고 긴박하게 호소하고 있다. 구조신호처럼, 속삭임처럼.
시쓰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지만, 시는 내부에서 들끓는 정념 그 자체를 호소하는 것, 일상의 넋두리, 알아달라고 애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시를 쓴다’기보다 ‘시가 온다’고들 한다. 간절한 사유나 관찰, 정념을 정직하게 대면하여 궁글리고 언어화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사이에 하나의 ‘고요한 울림’ ‘환한 목소리’가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 그것을 언어로 받아 적으면 시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만만한 경지는 아니다.
시에는 나름의 시적 언어, 시적 코드와 시적 형식이 있다. 우선 좋은 시인들-근대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시를 많이 읽고 그들의 언어와 비유, 상상력, 의식 등을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이들을 흉내도 내면서, 자기의 방식, 시적 언어와 코드를 생성해가는 방법을 권한다.   
최우수작으로 『서커스』를 단번에 기꺼이 뽑을 수 있었다. 현실의 압박과 불안, 초조와 조급함, 추락에 대한 공포 등을 ‘서커스’의 곡예에 비유하는 상상력은 통쾌하고 멋지다. 아슬아슬하지만 화사하게 비상하는 사유와 언어를 생성하고, “피 흘리지 않는 나라”, “추락”도 “춤”일 수 있는 시의 나라를 창조하였다. 우수작 『아버지』를 보면서 이제 아버지를 이해하고 연민해야 하는 처지에 처한 이 시대 청춘의 든든하고 성실한 언어를 높이 사면서도, 이들의 진퇴양난을 보는 듯하여 먹먹하다. 『겨울에 홀로 남아』는 봄이라는 생기의 시간이 도래함에도 불구하고 상실의 거리감을 절감해야 하는 시적 주체를 내세워, ‘계절은 순환한다’는 구조 속에서 자기를 견디는 단아한 형식과 미학을 완결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수상작이 충분히 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잊혀지지 못한 못』은 사물을 포착하는 시선이 유니크하다. 『지친 밤, 이불 위에서』는 긴 호흡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안정되게 끌고 갈 수 있는 단단한 시적 저력이 느껴졌다. 다만 백석의 어투가 너무 지배적이었다. 『장계시장』은 시적 구상과 수련의 공력이 느껴졌지만, 상투적이고 안이한 언어와 전개가 아쉬웠다. 언급하지 못하였지만, 가능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을 부언한다.
시는 새로운 세계를 환하게 열어 밝혀주고, 우리를 단단하고 자유롭게 해준다.

 

정우택 교수
국어국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