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문학상 시 부문 우수작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오늘도 아버지는 얼어붙은 이불을 덮고 잠드셨다
간혹 뒤척이면
얼음 부스러기 떨어지며 멀뚱히 빛난다
곧 녹을 것들에 대해 나는 전보다 관대하다
예를 들면 아버지 주변의 부스러기에 대해.

실수로 낸 흠집 같은 방에서
책장을 넘기는 아버지의 등
가족들의 기다림은 십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의 세월은 꼬박 모아
머리 위에서 황량하다

우리 아버지는 본디 걱정을 산수처럼 푸시는데
이번 문제는
십년이 넘게 풀어도 정답이 나오질 않으니

이따금은
찬 기운 흐르는 초침소리 하나하나가
아버지 위로 비처럼 내렸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며 내 어깨 토닥이실 땐
당신 손에서 나는
비릿한 비냄새를 맡으셨을 것이다

아버지의 반짝이는 부스러기를 주워 담아
다시 당신의 무너지는 등 위에 올려두었다 무너지는 건 당신의 등이 아니지
내가 당신의 등을 보는 눈이 무너졌다는 거예요.

뒤척이시니
떨어지는 얼음 부스러기들

아버지 왜 잘 때만이라도
따뜻한 이불
덮으시질 않고

이연지(영상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