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작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더 이상 중력을 믿지 않아요 이미 가라앉은 생의 한 자락, 어여삐 꼬아 엮은 밧줄만이 내 유일한 신념 당신이 신겨 준 맨드라미빛 하이힐은 이제 벗고 날아오를 준비를 하죠 내 목적지는 그 곳, 들숨과 날숨의 경계를 지나 가장 가벼운 무게를 지닌 이들만이 다다를 수 있는 나의 고향, 저기 이정표가 보이네요

여기서 허공까지, 당신이 가진 속박만큼의 킬로미터

발 디디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가슴팍에 수놓인 이 주홍 글씨 태양이 거두어 돌아서는 그 순간 이제 음악은 고조되죠 가장 고결한 나뭇잎들의 합창이 시작되면 때가 왔어요 아찔함에 들뜬 당신의 탄식에 마지막 남은 내 숨결 하나 보태고 저 멀리 공중제비 한 바퀴, 한 바퀴, 또 한바퀴! 밤의 심장 한 가운데를 찌르고 베어도 아무도 피 흘리지 않는 여기는 오래된 유목민의 나라

생의 한 때 헛발 디뎌 추락한다 해도,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그 것조차 내 춤일테니

이나은(글경영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