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향한 청년들 '섬청년탐사대'
바다로 향한 청년들 '섬청년탐사대'
  • 김수현 기자
  • 승인 2016.09.04 21:18
  • 호수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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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기자가 직접 섬청년탐사대 활동에 참여한 후 작성한 기사입니다.

해양쓰레기 중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해안쓰레기는 지역주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섬의 해안가나 해수욕장으로 떠밀려와 퇴적된 해안쓰레기에서 악취 및 유해물질이 발생해 지역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해안 경관을 해쳐 해수욕장의 관광객 유치를 불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안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불분명해 결국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쓰레기 수거를 떠맡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주민들의 연령대가 높은 작은 섬 지역에서는 해안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정부에서 공공근로 형식으로 쓰레기 수거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쓰레기를 치울 인력이 충분치 않은 것이다. 실제로 제주도 우측에 자리한 우도의 경우 해안쓰레기 발생량이 지난 5년 사이에 600톤에서 1400톤으로 급증했지만 지역주민이 적은 데다 젊은 인력이 부족해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섬청년탐사대의 시작
여행대학은 본래 분주한 삶 속에서 여유를 찾기 위한 이들이 모인 단체다. 그러나 지난 여름 여행대학 강기태 총장은 단순히 즐기기 위한 여행이 아닌 해안쓰레기를 수거하는 봉사를 가미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바로 ‘섬청년탐사대’(이하 섬탐대)이다.
작년 10월, 강 총장은 <시사IN> 고재열 기자와 배우 류승룡 및 30여 명의 청년과 함께 전남 벌교군에 위치한 장도라는 섬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여행에 함께한 청년들에게 섬에서 어떤 점이 기억에 남는지 물었다. 그때 그의 마음에 박힌 ‘섬에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대답.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하는 해양쓰레기의 양은 1800만톤에 이른다. 해양쓰레기는 바닥에 가라앉거나 바다 위를 표류하다 섬을 비롯한 해안가 지역에 퇴적된다. 그는 작은 섬 지역에선 출처도 불명확한 상당한 양의 쓰레기를 결국 어르신들이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때부터 도움을 주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강 총장은 섬탐대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다. 지난 1월, 섬탐대 1기는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1월부터 3월까지 총 3번, 서해안 관매도의 해안쓰레기 수거에 나서 성공적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지난 7월 10일 오전 8시, 서울시 용산구. 여행대학 본부가 시끌벅적하다. 바로 섬 해안쓰레기 수거를 위해 모여든 청년들 때문이다. 1기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후, 7월부터 9월까지 다시금 해안쓰레기 수거를 위한 섬탐대 2기 활동이 시작됐다.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품고 해안쓰레기 청소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한 곳에 모였다. 2기 대원 김지영 씨는 “해안쓰레기 문제는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지원했다”고 참여계기를 밝혔다. 전원이 모인 후, 강 총장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섬탐대 2기가 공식적으로 막을 올렸다. “개인 식판, 수저, 컵 다 챙겨 오셨죠? 일회용 쓰레기는 최대한 생기지 않도록 짐 꾸리셨을 거라 믿고 출발합니다!”

아름다운 문갑도, 해안쓰레기로 몸살 앓다
인천에서 덕적도까지 배로 1시간 15분, 다시 덕적도에서 배를 갈아타고 20분가량을 항해하면 닿는 곳.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한데 모여 아기자기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문갑도다. 문갑도는 거주 가구가 30여 채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마을로, 사람들의 손이 많이 닿지 않아 여전히 태초 그대로의 자연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질적이게도 문갑도의 해안가에는 상당한 양의 해안쓰레기가 쌓여있다. 해양쓰레기가 해류를 따라 문갑도로 유입되는 것이다. 문갑도 이장인 이충환 씨는 “서풍이 불어오면 서쪽 해변인 짚모래 해변에, 북풍이 불면 마을 바로 앞 해수욕장에 쓰레기가 쌓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치울 인력은 부족하다. 섬 밖으로 나가는 배편이 하루에 한 번뿐이고 중학교 이상의 교육시설 또한 부재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자녀의 학업과 생계를 위해 자연히 문갑도를 떠났다. 작은 농어촌 마을의 당연한 절차처럼 문갑도의 주민 연령대 역시 60세를 거뜬히 넘기게 된 것이다. 때문에 주요 해안가들에 쌓인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쓰레기 치우는 거 도와주러 왔담서!” 섬탐대 팀이 문갑도 선착장에 내리자 몇몇의 마을 주민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30여명의 청년 무리가 왁자지껄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을회관에서 기다렸단 듯이 뜨끈한 바지락 칼국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섬탐대가 본격적인 해양쓰레기 수거에 나서기 전, 청년들의 속이라도 든든히 채워주기 위해 마을에서 준비해놓은 식사다. 주민들은 “더운 날씨에 고생해주러 왔는데 우리가 더 고맙지”라며 그릇이 빌 새라 연거푸 바지락 국물을 담아준다. 식사를 끝마친 청년들은 곧바로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강렬한 뙤약볕 아래 저마다 커다란 포댓자루 서너 개씩, 더러는 해변에 꽁꽁 묻힌 밧줄을 끊어내기 위한 낫을 들고 섰다. “그렇게 가면 안 돼, 날 더워 얼굴도 타고 산에서 벌 만날지도 몰라!” 마을 어르신들은 모자 없이 길을 나서려는 청년들을 붙잡고 자신의 모자를 서슴없이 건네며 끼고 있던 토시까지 손에 쥐어 준다.

중국에서 오고 스페인으로 가고
마을 반대편에 꼭꼭 숨겨진 '짚모래 해변'. 아름답기로 유명한 문갑도의 3대 해변 중 한 곳이다. 그러나 1시간가량의 등산길을 걸은 뒤에 마주한 짚모래 해변은 모순적인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저 멀리 깨끗한 수평선과 울창한 나무들이 주는 개운함과 대조되는, 해변 모래를 가득 메운 온갖 해안쓰레기들로 인한 답답함. “이 정도면 아주 적은 거야, 한 달 전에 이미 싹 치웠는데도 그새 쌓였구만.” 문갑도 해안쓰레기 수거를 담당하고 있는 주민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지난 1기 관매도 쓰레기 수거 활동에 참여했던 박보라 씨 또한 “관매도 때보단 정말 적네요!”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섬탐대 일원들은 본격적으로 해안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그리 많지 않은 양이란 말에 겁도 없이 달려들어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우면 주울수록 모래 안에 묻힌 또 다른 쓰레기가 드러났다. △라이터 △생수병 △칫솔과 같은 일상용품부터 밧줄이나 스티로폼 등의 어업용품까지. 낯익은 우리나라 생수병을 비롯해 생소한 중국 생수병 등 다양한 생수병 쓰레기에 병뚜껑 컬렉션까지 생겨났다. 서해안에 자리 잡은 문갑도에는 중국발 쓰레기 또한 상당수 떠내려온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중 30%는 외국에서 밀려온 것이며 그중 70%는 중국발 쓰레기이다. 중국인 대원인 손태호 씨는 중국 생수병을 보며 “중국에서도 쓰레기가 떠밀려 온다는 얘기를 듣고 책임감이 생겼다”며 “해안쓰레기를 치우는 일에 동참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쓰레기를 줍던 다른 대원이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나라 생수병이 스페인 해변에서도 많이 발견된대요, 쓰레기가 거기까지 밀려가는 거지.” 실제로 해양쓰레기는 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해양쓰레기는 해류를 따라 전 세계를 표류한다.

"이 정도는 약과지"
3시간 넘게 해안쓰레기를 줍자 100여 개가 넘는 거대한 포댓자루가 쓰레기로 가득 찼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변엔 다량의 쓰레기가 잔존했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과 알알이 부서진 스티로폼은 모래와 뒤섞여 걸러내기조차 쉽지 않았다. 2기 대원 오영석 씨는 “큰 쓰레기도 문제이지만 이렇게 잘게 부서진 쓰레기들을 골라내는 것도 문제”라며 “완벽히 치우는 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30여 명의 청년도 지쳐버릴 정도로 고역인 해안쓰레기 수거를 여태까지 마을주민들끼리 해결해왔다. 문갑도 사무장 김진규 씨는 “치워도 쓰레기가 금세 다시 밀려온다”며 “그래도 짚모래 해변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라 시간 간격을 두고 치워도 되는데, 관광객이 많은 해수욕장은 그때그때 치워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섬 지역의 해안쓰레기 수거 사업은 정부가 마을 주민 중 공공근로자를 선정해 수거를 맡기고 그에 근로비를 지급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바람이 매서운 겨울 몇 달을 제외하곤 공식적으로 한 달에 10일씩 해안쓰레기 수거에 나선다. 정부가 근로비를 지급하는 일수가 10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안쓰레기양이 너무 많을 땐 10일 안에 수거를 마무리 짓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김 사무장은 “쓰레기양이 많은 시기가 있는데, 그때는 결국 수거지원비용 없이 마을 주민들이 자원해서 치우러 간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짚모래 해변은 점차 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분주히 손을 놀리던 섬탐대 대원들도 하나둘씩 허리를 펴고 해변을 둘러본다. 맑은 수평선과 아담한 모래밭, 그리고 이미 녹음이 짙은 나무들. 한눈에 보기에도 청아한 해변이다. 정처 없이 떠돌던 나그네가 쉼을 얻기에 더없이 좋아 보였다. 이 이장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우리 해변이 쓰레기에 뒤덮여 있는 걸 보면 마음이 무겁다”며 “섬탐대 덕분에 짚모래 해변이 깨끗해졌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깨끗해진 해변에 고된 노동의 힘겨움도 싹 달아난 듯했다.

작은 실천부터, 청년의 관심도 필요
짚모래 해변의 쓰레기를 치운 뒤, 섬탐대 일원들이 어루너머 해변으로 향했다. 해수욕하기 좋은 해변이라고 주민들이 한껏 치켜세운 곳이다. 하지만 해변 한구석엔 불청객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해안쓰레기. 이곳마저 쓰레기가 상당한 자리를 점령해버렸다. 김 사무장은 “그래도 아직 치우지 않아도 될 정도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섬탐대는 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 식탁 위에는 푸짐한 음식과 더불어 각자의 집에서부터 챙겨온 개인 식기류가 준비돼있었다. 강 총장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그릇도 직접 구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해안쓰레기를 직접 줍는 일뿐만 아니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에서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거대한 쓰레기 지대를 발견한 환경운동가 찰스 무어도 결국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쓰레기 생산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섬탐대 2기의 활동은 지난 7월 10일~11일과 지난 달 27일~28일, 총 2차까지 진행됐다. 다음 달 1일~2일에 3차 탐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2차 활동에 동참한 1기 섬탐대 대원 이해림 씨는 “관매도 활동 때, 해변을 꽉 채운 쓰레기에 너무 놀랐다”며 “해양쓰레기를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사회에 퍼지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2기 대원 김도현 씨 또한 “해안쓰레기 실태를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물건을 낭비하거나 함부로 투기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겠단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강 총장은 “섬탐대 프로젝트는 계속될 것”이라며 “많은 청년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말로 2차 탐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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