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수현 기자 (skrtn1122@skkuw.com)

ⓒ김성선 오지여행전문가 제공


해양쓰레기로 뒤덮인 바다
‘쓰레기’의 운명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그 어느 것도 처음부터 쓰레기로 명명되진 않는다. 필요에 의해 제작됐다 그 필요가 다하는 순간, 누군가의 무엇이었던 물체는 그 아무것도 아닌 쓰레기라는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쓰레기는 곧바로 잔인한 운명과 마주한다. 세상은 쓰레기에게 모습을 감출 것을 요구한다. 때문에 쓰레기는 여러 종류로 구분돼 △매립 △소각 △재활용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처리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으로 처리되지 못한 쓰레기가 있다. 바로 해양쓰레기다. 해양쓰레기란 문자 그대로 바다로 유입된 쓰레기를 뜻한다. 일상 속에서 버려지는 쓰레기가 강과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 가거나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및 어업종사자에 의해 바다에 직접 투기되기도 한다.
해양쓰레기는 이동 위치에 따라 △침적쓰레기 △표류쓰레기 △해안쓰레기로 구분된다. 침적쓰레기는 무거운 무게로 인해 해저로 가라앉은 쓰레기를 뜻하며 표류쓰레기는 무게가 가벼워 해양 표면을 부유하는 쓰레기를 가리킨다. 표류쓰레기가 해안가 등 육지에 다다라 쌓이면 해안쓰레기가 된다. 플라스틱·스티로폼 등으로 만들어진 일회용품이나 해양시설 및 어업종사자에 의해 투기된 밧줄·스티로폼 부표 등의 해양쓰레기는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2002년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가 펴낸 「현장지도자용 해양폐기물 모니터링 안내서」에 따르면 해양쓰레기 분해시간은 △밧줄 1년 이상 △담배 필터 10~20년 이상 △일회용 컵 20년 이상 △플라스틱 용기는 100년 이상, 길게는 500년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쓰레기, 자연과 인간의 고통
쉽게 분해되지 않는 해양쓰레기는 해저에 침적되거나 오랜 기간 바다를 부유하며 해양오염과 더불어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조사에 따르면 침적된 쓰레기는 어류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해 생태계 교란을 유발한다. 한 해에만 십만여 마리의 해양포유류와 백만여 마리 이상의 바닷새가 해양쓰레기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 역시 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에 노출돼있다. 그중 한 예로, 해수부는 한 해 동안 발생하는 선박사고의 1/10은 해양쓰레기로 인한 충돌사고라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이라 불리는 작은 입자의 플라스틱 또한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제조 당시부터 치약과 각질제거제 등의 제품 첨가용으로 작게 제조된 1차 미세플라스틱과 바다로 유입된 큰 플라스틱이 마모되거나 작은 입자로 깨져 만들어지는 2차 미세플라스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미세플라스틱에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과 같은 유해물질이 쉽게 흡착된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은 다른 물질과 달리 분해되지 않은 채 해양을 지속해서 떠돌기 때문에 이를 먹이로 착각한 어류에 의해 섭취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표한 「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바다 생태계의 기초인 동물성 플랑크톤에서부터 △굴 △새우 △참다랑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양생물종의 몸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처럼 먹이사슬을 따라가다 보면 유해물질이 흡착된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인간에게까지 이르게 된다. 인간이 만들어낸 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가 인간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해양쓰레기에 대처하는 자세
과연 우리나라는 이처럼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해양쓰레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현재 해양 관련 사업은 해수부 산하 기관인 해양환경관리공단(이하 KOEM)이 주도적으로 관리한다. 1997년 11월 설립된 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을 모태로 하는 KOEM은 지난 2008년 1월 공식 출범해 △침적쓰레기 수거 △해양 환경교육 △해양폐기물 방제 등을 비롯해 다양한 해양보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OEM은 2000년부터 해저에 쌓인 침적쓰레기 수거 작업을 실시해 서해 5도 주변해역에서 총 1800여 톤에 달하는 쓰레기를 수거해냈으며 지난해 6월에는 독도 주변의 침적쓰레기 수거 사업에 착수했다.
이 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해안쓰레기 수거 캠페인’이 열렸다. 해수부는 7월 27일부터 지난 달 5일까지, 전국 5개 해수욕장에서 해안쓰레기 수거를 장려하는 ‘해(海)치우자’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강원 망상 해수욕장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충남 대천 해수욕장 등지에서 진행됐으며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조사원 △KOEM을 비롯해 각 지역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정부는 해양쓰레기와 관련해 주로 수거에 집중한 사업을 실시 중이다. 

ⓒArchipelagos
 

수거 처리뿐만 아니라 예방 실천도 중요
국내 유일의 해양쓰레기 전문가 집단인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OSEAN)의 사무국장이자 해양쓰레기 전문가인 이종명 박사는 우리나라의 해양쓰레기 관리 사업이 대부분 ‘수거·처리’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발생한 해양쓰레기 수거·처리와 더불어 ‘예방’이라는 근본적인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미세플라스틱은 직접적인 수거가 힘들기 때문에 사용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은 ‘해양쓰레기 연구 예방 저감법’을 제정해 예방에 초점을 맞춘 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특히 해양오염의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는 미세플라스틱을 감소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5mm이하로 제조되는 1차 미세플라스틱인 ‘마이크로비즈’의 생산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해, 마이크로비즈가 포함된 제품의 판매 및 유통을 금지하는 법이 통과돼 2018년부터 미국 전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캐나다와 영국 또한 미세플라스틱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유럽 5개국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스웨덴 △오스트리아는 미세플라스틱 감축을 위해 유럽연합(EU) 전체에 마이크로비즈의 생산 및 사용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도 해양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지난 7월 6일부터 마이크로비즈의 생산 및 유통을 금지하는 법적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서강대교에서 이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 박사는 해양쓰레기 관련 대책의 법제화만큼 시민들의 일상 속 실천과 지속적인 관심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법안 마련을 위해선 시민의 요구가 뒷받침돼야만 하며 법안이 마련되더라도 제대로 시행되는 데엔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성환경연대 또한 마이크로비즈가 첨가된 치약 및 화장품은 사용하지 않는 일상 속 작은 실천과 더불어 마이크로비즈의 생산 및 유통 규제를 위한 법제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도우미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오랜 기간 자연에 잔류하는 화학물질들을 통칭하는 말. POPs는 생물 체내에 쉽게 축적되며 호르몬과 유사하게 활동하여 인간 및 동물의 면역체계를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물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