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성 흥청망청 술 연구소장 인터뷰

기자명 유하영 기자 (melon0706@skkuw.com)

지난 달 14일 무더운 여름날, ‘흥청망청 술 연구소’의 <제5회 한국술 관능 용어 연구모임>이 열렸다. 두 개의 은은하게 노란 불빛 아래 술을 좋아하는 일곱 사람이 둘러앉았다. 관능 용어 연구모임은 술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사람들은 총 세 번에 걸쳐 비커에 담긴 정체 모를 술을 음미하고 색, 향, 탁도, 질감, 맛을 적어 내려갔다. 먼저, 그들은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을 배경으로 온전히 술과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모두들 진지하게 술을 음미하고 난 뒤, 농담이 오가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 시작했다. “민들레꽃이 떠올라요” “저는 국화차 색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옅은 노란색을 띠는 한국술이었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쉬는 날 아침에 단잠 자는 느낌이에요” 한 참가자는 일상의 느낌을 빌려 술의 맛과 향을 표현하기도 했다. 햇빛이 강렬해지는 오후 1시, 관능 용어 연구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은 노오란 불빛, 잔잔한 음악 소리 그리고 술과 함께 새벽 2시의 감성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지난 4월에 문을 연 ‘흥청망청 술 연구소’의 연구소장은 최현성(24) 씨다. “술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라는 최현성 연구소장, 한국술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그와 ‘흥청망청 술 연구소’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단순히 술 마시는 것을 즐기는 ‘술덕후’를 넘어 흥청망청 술 연구소를 만들게 된 계기는.
열여덟 살에 한국술 공부를 시작해서 지금 7년째다. 나는 술을 만드는 일보다는 술을 이해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기존의 술 연구소에서는 대부분 술을 제조하는 법만 가르치고 이와 관련된 연구만 진행하더라.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내 손으로 직접 하겠다는 생각으로 흥청망청 술 연구소를 만들게 되었다. 

‘전통주’보다는 ‘한국술’이라는 말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고등학생 때는 이론 공부만 하다가 막상 성인이 되어 술을 마셔보니 시중에는 내가 공부한 것에 비해 마셔볼 수 있는 술이 너무 적었다. 그래서 전국에 있는 양조장으로 견학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술을 마셔보며 ‘전통’이라는 말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전통이란 단어를 쓰기 위해서는 많은 한국의 술들을 배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의 고유한 술 모두를 연구하기 때문에 전통주라는 말 대신 한국술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연구소 이름을 ‘흥청망청’이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
누구나 쉽게 한국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한국술을 배운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아리에서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술을 빚는 장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다 보니 한국술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렵다. 나는 한국술이 그런 이미지를 탈피했으면 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놀면서 한국술을 접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름을 ‘흥청망청’으로 지었다. 이런 의도에서 흥청망청 연구소 페이스북 홈페이지 소개 글에도 일부러 취한 것처럼 오타를 많이 냈다.

<한국술 관능 용어 연구모임>의 의의를 설명해 달라.
한국술 관능 용어 연구모임은 흥청망청 술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연구로, 한국술을 설명하는 데 적절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만한 표현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모임에 참여하고 나면 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술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손님에게 술을 더욱 잘 설명해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술을 제대로 즐기는 법을 알게 된다. 이렇게 술 자체에 대한 흥미와 긍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라도 갖게 하는 것이 이 모임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관능 용어 연구 모임은 ‘데이터베이스화’를 위한 도구 역할도 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화란 ‘분류화’를 의미하는데 분류는 한국술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 소규모 업장이나 개인 간의 대화에서 더 정확한 설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이 모임을 통해 한국술에 공통적으로 쓰일 적합한 용어를 통해 알아내고자 한다. 용어를 찾으면 한국술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고, 그 설명을 토대로 정확히 분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술이 발전하게 된다. 

본인이 생각하는 한국술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서양의 와인, 맥주, 일본의 사케 등은 인공적인 방식으로 균을 배양한다. 그래서 원하는 맛을 언제든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균 이외에는 다른 것이 들어갈 여지가 없기 때문에 맛이 한정되어있다. 반면 한국술은 공기 중에 있는 곰팡이를 발효제로 쓴다. 따라서 언제 어디에서 빚었는지에 따라 맛이 다양해진다. 자연이 알아서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점이 한국술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