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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삽니다, 헌책을 팝니다
장소현 기자  |  ddloves@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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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호] 승인 2016.09.04  22: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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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민진 기자 kmjin0320@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시작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곳곳의 보따리 장사꾼과 여러 노점상이 청계천 일대로 모여들면서 현재 동대문 시장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거대 상권이 형성됐다.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일 뿐만 아니라 지금의 대학로와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었기에 헌책방이 자리 잡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청계 5가부터 지금의 동대문종합시장에 이르기까지 책방은 어지러이 늘어섰다. 1960년대 초 3층짜리 평화시장이 세워진 이후에는 현재와 같이 건물 1층으로 헌책방이 한꺼번에 터전을 옮기게 되었다. 이후 30여 년간 청계천 헌책방들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소설책부터 참고서, 대학 교재, 각종 사전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헌책들이 판매되었기에 싼값에 책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말부터 헌책방 거리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대입본고사 폐지와 과외금지조치 등으로 헌책 참고서를 구입하려는 중고등학생들이 줄었고, 교육 개정과 함께 교과서도 자주 바뀌어 헌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복사기의 대중화와 대형 서점의 출현은 헌책방 시장의 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도서관이나 지인에게서 빌린 책을 복사하여 읽을 수 있게 되고 가까운 곳에 대형 서점이 생기니 굳이 헌책방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인터넷의 발달과 대중화가 헌책방 시장의 몰락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발길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찾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대형 중고 서점이 시내 곳곳에 등장하여 헌책방 시장의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같이 헌책방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젊은 세대 중에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꽤 있다. 하지만 청계천 헌책방 거리가 역사의 뒤편으로 멀어지기에는 아직 이르다. 독서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과 일본 등에는 여전히 활기 넘치는 헌책방 거리가 있다. 영국 런던의 차링 크로스 로드(Charing Cross Road), 일본 도쿄 간다의 진보초(神保町) 헌책방 거리가 대표적이다. 이곳들은 세계적 관광지로 성장하여 연간 수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외국의 사례를 모범 삼아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다시 살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헌책방 거리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주목할 만하다. 2012년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헌책방 활성화를 위한 특화거리조성’ 주문을 계기로 서울시와 서울도서관을 비롯하여 한강사업본부, 전국책방협동조합 등이 나서서 청계천 헌책방 거리 활성화를 위해 여러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살리기 위한 움직임은 대학생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중 연세대학교 인액터스(Enactus)의 활동이 눈에 띈다. 그들의 ‘책 it out 프로젝트’는 젊은 세대 사람들이 헌책과 헌책방에 가까워지는 것을 목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계천 헌책방의 경영 개선과 거리 홍보를 위한 활동이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활동 중 하나가 ‘설레어함’ 서비스이다. 지난해 8월 판매를 시작한 설레어함은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책방 주인들이 추천한 책들로 구성된 랜덤 책 상자로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총 3000여 권의 헌책들이 새 주인을 찾아갔고, 13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설레어함과 같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실제 젊은 세대가 헌책을 사기 위해 청계천을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오프라인 장사 위주인 헌책방 주인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있다.
지난 세월 서민들의 지적 오아시스였던 청계천 헌책방 거리. 찬란했던 명성 뒤로 잊힌 헌책들만이 좁은 책방을 가득 메우고 있다. 헌책들이 새로운 주인들을 하나둘 찾아갈 때, 비로소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다시금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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