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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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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호] 승인 2016.09.11  2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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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모닝콜이 울린다. 아침 9시 반, 시간을 확인 후 재빨리 씻고 학교 갈 준비를 마친다.
‘오늘은 무슨 재밌는 일이 있을까?’ 되도 않는 설레는 마음으로 현관문을 나선다.
짐짓 기대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 공대건물이 보인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공대건물 특유의 냄새와 함께 스산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 잿빛이다. 시신경 속 시세포가 고장이라도 난 듯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잿빛으로 보인다. 물론 기분 탓이다.
오늘은 역학 과목 2연강을 하는 날이다. 나름 소신 있는 기계공학과 학부생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경건한 자세로 수업준비에 임한다. 수업이 시작되자 온갖 처음 보는 수식들과 난해한 이론들에 점철된다. 잿빛이다. 하지만 당황하긴 아직 이르다. 재빨리 눈을 돌려 주변 학우들의 표정을 살핀다. 옆 학우들이 나와 같은 벙 찐 표정을 짓는다. 그렇다, 아직 안심해도 된다. 공학도의 길을 걸으면서 나만 고군분투하고 있음이 아님을 알려주는 그 표정들에 위안을 삼아 다시 한 번 집중한다.
빠르다. 진도가 너무 빠르다. 수식을 이해하고 내 편으로 만들고 넘어가야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역부족이다. ‘본디 역학이란 과목은 수업시간엔 눈으로 이해되고, 혼자 공부할 때 비로소 머리로 이해되는 것이란다. 그래서 과제는...’ 라는 교수님의 명언과 함께 오늘 수업이 모두 끝났다.
공대건물을 나오자 숨통이 트인다. 한숨을 돌리며 ‘수업이 다 끝났으니 친구들이랑 피시방을 갈까? 동아리방을 갈까? 아니면 집에 가서 영화 보며 조금 쉴까?’ 라는 생각만 하고 건물 바로 옆 도서관으로 향한다. 사실, 공대생에겐 시간표의 첫 번째 교시를 제외하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첫 번째 교시는 공부를 시작하는 시간이라 의미가 있지만, 나머지는 혼자 공부를 하는 시간 혹은 강의를 듣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오늘 배웠던 내용들을 복습하기 시작한다. 이제야 비로소 교수님이 강의시간에 하셨던 말씀들이 머릿속에 저장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러한 기분이 드는 것만으로는 교수님의 기대를 부응하기 힘들다. 그렇다, 과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과제를 시작하게 되면 뇌세포에 과부하가 걸려 효율이 떨어지므로 잠시 과제를 미루고,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기계과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가벼운 담소를 나눈다. 기괴한 이론들, 밀린 과제와 레포트, 팀 프로젝트 등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공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나와 친구를 발견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어느 곳이든 힘들 것 같고, 그나마 다른 것보다는 기계공학이 우리랑 잘 맞는 것 같다.’ 라며 서로를 위로한다.
집에 도착 후 책상에 앉아 과거의 내가 미루었던 과제들을 열심히 한다. 계속한다. 하다 보니 잿빛이 아닌 다른 종류의 빛이 전공원서에 비스듬히 드리운다. 아침 햇살이다.
어떤 기계과 학생이 과제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아침햇살은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 과제를 하는 속도보다 과제가 나오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우리가 과제와 같은 선상에 있을 수 있는 순간은, 같이 출발선 상에서 기다리고 있는 개강 날과 일찌감치 과제가 종착점에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종강 날 뿐이다.’
 시계를 확인 후 침대에 눕는다.
휴대폰 모닝콜이 울린다. 

 
   
김헌우(기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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