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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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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호] 승인 2016.09.11  2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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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단 예외는 두 가지: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학비 마련을 위해 한 것과 몸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한 것.” 다소 과격한 이 말은 내 말이 아니다. 현업에 있는 펀드매니저들과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이 학생들에게 꼭 전해주라고 내게 신신당부한 말이다. 20여 년 전에 내가 학부를 졸업하고 취직하던 당시에 현업의 뱅커들의 조언과 달라진 것이 없다.
왜 그렇게 매정하게 말할까? 첫째, 휴학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시장 몸값을 겸손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단다. “나는 A 같은 최고의 대기업에 취직해야 할 인재인데, Z 같은 이름없는 중소기업에서밖에 오라는 데가 없다니!” 게다가 부모님들의 자존심까지 가세하면 대책이 없다. “금지옥엽 명문대 내 자식, 중소기업이 웬 말이냐!” 어느정도의 자기과신(overconfidence)은 위험감수를 하면서 창의적인 도전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지만,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의 오만함은 조직을 위험에 빠뜨린다.
둘째, 단기적으로 시장은 여러 가지 돌발변수가 많아서 당신 같은 인재를 A 기업이 못 알아봐 줄 수도 있다. 그래, 인정하자: 금수저 흙수저를 생각하면, 억울하게 제 능력을 인정 못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당신을 항상 지켜보고 있다. 당신의 훌륭한 면을 결국에는 인정받는 날이 온다. 경제학적으로도 시장은 장기적으로 효율적이다. 그래서 당신의 몸값은 진정한 내재가치로 수렴하게 돼 있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로다’라는 말처럼, 점차로 좋은 회사로 옮겨가든가, 아니면 같은 회사에서 보다 좋은 대우를 받게 된다. 휴학으로 도피하려는 것은 그걸 참아낼 용기가 없거나 시장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거다. 물론 장기적인 신뢰를 시장이 받지 못한다면, 그건 정책 결정자들이 걱정해야 할 일이지만, 성균관대 출신의 학생들마저 휴학해가면서까지 한탄해야 할 정도의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셋째, 1년을 휴학하면 뭔가 더 대단한 스펙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도 가세한다. 헌데, 목표하던 스펙을 그렇게 이룬대서 원하는 회사에 가라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뽑는 사람들 입장에서 더 부담스러워진다. 또 다른 외국계 뱅커의 조언을 들어보자.
“대졸자들을 처음 뽑아 쓰고 3년 정도 되면 얘가 우리 산업이나 회사에 맞는 애인지, 다른 쪽에 맞는 애인지가 가려진다. 그때에 가서, 만약에 fit이 맞지 않아, 내보내야 한다면? 그 시점에 20대 중후반이면 서로 쿨하게 헤어질 수 있다. 재취업이 쉬우니까. 하지만, 휴학하고 늦은 나이에 신입으로 들어오겠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우리로서도 처음부터 상당히 뽑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러스트Ⅰ유은진 기자 qwertys@

물론, 내가 학생들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없는 것도 인정한다. 휴학을 해서 더 잘 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휴학을 할 때 하더라도 기회비용이 생각보다 막심하다는 것은 알고 해라. 가뜩이나 장기불황으로 힘든 학생들에게 혹독하게 말해서 나도 안쓰럽고 듣기 편한 소리를 해주고 싶다. 하지만, 독수리가 다 큰 자기 새끼를 독립시키기 위해 바다 한복판에 데려가서 떨어뜨림으로써 죽기살기로 날도록 만들듯이, 내가 아끼는 학생들일수록 과감히 사회로 밀어내는 조언을 하고자 한다. 학생들은 아직 완벽한 준비가 안됐다면서 필사적으로 ‘학생신분’이라는 따뜻한 품을 떠나기 싫겠지. 하지만, 그걸 온정때문에 내버려 두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짓이란 것을 현업의 사람들로부터 들어서 알기 때문이다.

   
김영한 교수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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