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소현 기자 (ddloves@skkuw.com)

꽃향기가 거리를 가득 메우는 봄이 아니라 더운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초가을, 꽃을 주제로 기사를 쓰겠다며 기획을 준비했다. 성대신문에 들어오고 대학생 기자로서 다양한 소재를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그 중 기사로 쓰일만한 소재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줄 아는 시각이 동시에 필요했다. 작년 2학기 성대신문사에 입사한 후 지난 겨울방학 한 달간 기사에 쓰일 소재를 미리 찾았다. 평소 관심 있던 소재보다는 새롭고 유행하는 소재 위주로 찾았고 이는 결국 정보전달에만 그치는 기사를 낳았다. 지난 한 학기 문화부 기자로서 여러 편의 기사를 썼지만 그중 만족할 수 있는 기사는 단 한 편도 없었다.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기사를 쓰지 못했다는 생각이 나를 강하게 짓눌렀다. 때문에 이번 학기 발간을 준비하면서는 ‘발로 뛰는’ 문화부라는 별칭 아래 직접 경험하고 느낀 내용을 위주로 기사에 담고자 했다. 푹푹 찌는 더위에 폭염 주의보가 매일 휴대전화를 울리던 지난여름 내내 내가 할 수 있고, 학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소재를 찾는 데 집중했고 그 때 ‘게릴라 가드닝’을 발견했다.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가드너들, 그들의 활동을 직접 교내에서 체험해보고 그 내용을 담아보기로 했다.
발로 뛰며 기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하루는 오후 한나절을 장소 탐색하는 데에만 보내야했고 또 다른 하루는 왕복 세 시간이 걸려 꽃시장에서 꽃을 사와야 했다. 꽃을 컵에 옮겨 심던 날에는 분갈이 흙을 깜빡해서 저녁에서야 부랴부랴 사러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소나기를 듬뿍 맞기도 했다. 더위가 매일을 괴롭히던 여름방학의 끝물을 게릴라 가드닝에 바쳤다.
그리고 그렇게 준비한 꽃들은 설치한 지 이틀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소식을 처음 전해 들었을 때는 당황스러워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예상 결과 중 하나였기에 이 또한 기사에 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다행히 일일초 화분 두 개는 다시 제자리에 놓였고 돌아온 두 화분을 보았을 땐 학우들에게 꽃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에 한시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개강 후 일주일은 아침마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꼬박꼬박 물을 주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러다 늦잠을 자서 허겁지겁 수업에 들어갔던 날, 수업을 마치고서야 물을 주러 셔틀버스 정류장에 갔더니 나보다 먼저 온 가드너가 있었다. 그가 표시한 동그라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설렘이 나를 가득 채웠다. 일일초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학우들을 기다린다. 학우들이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만으로도 나의 도전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일일초가 진정한 꽃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당신의 관심이 필요하다.
일일초를 보며 오늘 하루도 당신이 미소를 꽃피울 수 있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전의 배에 기꺼이 함께 탑승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