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소연 편집장 (ery347@skkuw.com)

평가받는 것이 일상이 된 세상이다. 개인의 일생을 돌아볼 때 ‘평가에서 자유로운’ 시기는 몇 년이나 될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글을 떼는 순간부터 직장에 입사해 끊임없이 경쟁력을 확인받아야 하는 시기까지. 혹은 그 이후까지 평가는 이어진다. 그리고 평가 결과에 맞춰 자신을 정비하는 것은 어린아이에게도 익숙한 일이 됐다. 평가를 받는 것은 개인뿐만이 아니다. 대학 또한 평가의 잣대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대학구조개혁평가 계획이 재작년에 발표되고 작년에 평가 결과가 발표되면서 대학들은 일괄적인 첫 ‘공식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5일에는 교육부가 전국 대학의 2017년도 정부 재정지원 가능 여부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E 등급을 받은 대학을 대상으로 한 후속 조치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D·E등급이었던 4년제 대학 32곳과 전문대 34곳 중 25개 대학은 정부재정지원 제한이 해제됐다. 그러나 여전히 30개 대학은 정부재정지원이 일부 제한되며 11개 대학은 전면 제한된다. 후속 조치 결과의 발표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계획된 대학구조개혁평가 1주기는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그런데 시행과정에 있어 여러 문제가 제기되었고, 문제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1주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목소리가 단순한 볼멘소리로 치부되기엔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 평가 결과를 위해, 그리고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이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학내구성원들의 고통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일간지의 사설위원은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사과와 오렌지의 맛을 같은 잣대로 재고 있다’고 평했다. 이는 지리적 위치나 교육적 가치관 등의 대학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일괄적 기준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전임교원 확보나 학생 충원이 수도권 대학에 비해 어려운 지방 소재 대학이나, 졸업생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문계열 학과가 많은 대학은 평가에서 일정 부분 불리한 요소가 존재할 수 있다. 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학과를 통폐합하는 등의 과정에서 학내구성원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을 볼 때 현 제도가 대학 교육의 질을 높여 학내구성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단언하기에는 망설여진다. 더욱이 하위 등급을 받게 되면 정부재정지원 제한으로 인한 국가장학금 수령 제한과 학자금 대출 제한 등으로 학생들이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된다. 평가 결과로 인한 불이익이 학내 구성원에게로 돌아가는 구조에서 대학은 평가 기준에 자신의 몸을 맞출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현재 제기되고 있는 불만의 목소리는 이어지게 될 것이다.
농사를 지을 때 더 좋은 과실을 수확하기 위한 ‘솎아내기’의 과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열매를 솎는 과정은 과실 그 자체의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한 방편이 되어야한다. 사과와 오렌지는 각각이 가진 맛도, 향도 다르다. 더 실한 열매를 맺게 하겠다는 목표는 동일하게 하되 열매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살리는 것은 농부가 잊지 말아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