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호성 기자 (doevery@skkuw.com)

 


전자파란 무엇인가
전자파란 전자기장에 의해 공간으로 퍼져나가는 전자기 에너지를 뜻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현대인은 매일 전자파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고 있다. 오늘날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컴퓨터·TV 등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서 전자파가 나온다. 전자파는 파장과 에너지 준위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는데, 일반적으로 인체에 유해하다고 알려진 감마선·엑스선 등이 에너지 준위가 높은 전자파이다. 전기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상대적으로 에너지 준위가 낮은 전자파다. 또한, 전자파는 주파수에 따라 크게 고주파와 저주파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고주파일수록 에너지 준위가 높다.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감마선, 엑스선과 같이 에너지 준위가 높은 전자파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전자파는 전리방사선으로 불리며, *전리 작용을 통해 세포 내 DNA 분자 구조를 변화시켜 각종 암과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전리 방사선은 상대적으로 약한 에너지 준위를 가지며 이온화 능력이 없는 전자파로, 무선통신에 사용되는 전파가 이에 속한다. 전자파는 기본적으로 인체에 물리적인 작용을 일으키며 때에 따라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는 크게 △열작용 △자극작용 △비열작용으로 나뉜다. 열작용은 고주파에서 일어나며, 고주파에 노출된 인체는 열작용을 통해 체온이 상승한다. 갑작스럽게 상승한 온도는 세포나 조직의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피부암이 발생하는 것이 이에 해당하는 극단적인 예이다. 자극작용은 주파수가 낮고 강한 전자파에 의해 유도된 전류가 신경이나 근육을 자극하는 것으로, 전자기기를 사용하다가 우리가 찌릿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비열작용은 대사 관련 이온물질 및 멜라토닌 등 호르몬 분비 이상을 초래해 △두통 △기억력 감퇴 △백혈병 △불임 △뇌종양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극저주파에 장기간 노출되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까지 관련성에 관한 연구가 적어 원인 규명이 불확실하다.
최근 전자파 유해성 논란의 대상은 휴대폰을 사용할 때, 또는 기지국 시설에서 나오는 고주파가 일으키는 열작용과 송배전 선로나 가전제품 등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의 비열작용이다. 실제로 2013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활 가전기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94.5%나 될 만큼 대중들 사이에서 전자파는 두려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전자파의 위험성에 대한 담론
2011년 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보고서를 통해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전자기장은 암을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휴대폰 전자파에 노출되는 것은 이동통신망 기지국이나 중계설비의 전자파 노출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IARC의 연구책임자 쿠르트 슈트라이프는 “아직 휴대폰의 사용이 암을 유발한다고 확실히 단언할 수는 없으나 휴대폰 전자파가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종의 발생 위험성을 높인다는 증거가 일부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제암연구소는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2B군 발암물질로 분류하였다. 2B군은 암을 유발할 가능성 있는 물질로 분류되며 △김치 △젓갈 △커피 등이 함께 분류되어 있다.
전자파를 내뿜는 물체 옆에서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는 ‘전자파 과민증’이라는 병도 있다. 미국에는 전자파 과민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그린 뱅크’라는 전자파 마을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전자파 과민증을 보이는 11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6건의 *이중맹검 조사를 통해, 증상에 대한 원인이 심리적인 불안감으로부터 비롯된 *노시보 효과로 보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 및 전문가들의 입장
지난 6월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은 30년 동안의 자료를 활용해 “휴대폰은 급격히 보급됐지만, 뇌종양 발병률은 높아지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00만 명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영국과, 35만 명을 상대로 한 덴마크 등의 연구에서도 종양과 전자파의 연관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전제품 등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단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김윤명 교수는 “모든 가전제품이 출시하기 전, 전자파에 대한 안전기준을 거치기 때문에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현재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전 세계에서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많은 연구가 실시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연구가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어떠한 영향도 못 찾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일부 소수의 연구만이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발표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전자파 안전구역인가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국내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치를 국제권고기준인 2W/kg보다 엄격한 1.6W/kg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위험 예상 가능 수준보다 50배 더 엄격하게 설정된 값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2013년에 세계 최초로 휴대폰 전자파 등급제를 도입했다.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측정치가 0.8W/㎏ 이하면 1등급으로 표시되는 등, 이에 따라 국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휴대폰은 전자파 등급을 표시해야 한다. 휴대폰 외 다른 전자기기제품 출시 시에도 해마다 강화되는 안전기준을 거치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입장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최형도 전파기술연구부장은 “전자파 허용 기준을 더 엄격하게 강화해도 과도한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며 “사회적 갈등요소가 생겼을 때 이해 당사자가 모여 어떻게 극복할지 소통해 문화적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오랜 시간 동안 전자파에 노출되는 경우 인체에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명확한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에, 잠재적인 요인을 위해 사전에 방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사도우미

◇전리 작용=세포 내 원자가 충분히 큰 에너지를 흡수하게 되면 궤도 상의 전자를 잃게 되는데, 이를 전리(이온화)라고 한다.
◇이중맹검 조사=연구자나 피험자 모두에게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시행하는 조사 방식이다.
◇노시보 효과=플라시보효과의 반대 개념, 환자에게 실제로는 무해하지만 해롭다는 믿음 때문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