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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독립투사, 지옥섬에 향기로운 폭탄을 던지다프로젝트팀 랜덤너스 인터뷰
한지호 기자  |  jiho2510@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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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호] 승인 2016.09.11  21: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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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갱도. 12시간 이상의 강제노역. 무자비한 구타와 철저한 굶주림. 꽃을 볼 시간도 꿈을 꿀 시간도 없었던 참혹한 삶을 살다간 일본 하시마 섬 강제노역 희생자들은 역사 속에서 흐려지고 있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이 지옥섬에 짙은 꽃향기를 남기고 온 대학생들이 있다. 프로젝트팀 랜덤너스의 동덕여대 김영재(25) 씨와 서울여대 김윤경(21) 씨를 만났다.

꽃드림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달라.
꽃드림 프로젝트는 일본 하시마 섬이 조선인 강제노역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강제노역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2학기 5만 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사회적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공익적인 가치를 창출해보라는 대학연합강의의 과제에서 시작했다. 당시 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하시마 섬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역사 왜곡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꽃드림’이라는 프로젝트의 이름에서 ‘드림’은 강제노역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꽃을 ‘드리다’로도 해석할 수 있고, 참혹한 징용의 역사가 잊히지 않길 소망하는 우리들의 꿈 ‘Dream’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시마 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게릴라 가드닝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기존 계획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공양탑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꽃길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본으로 가기 두 달 전 기사를 통해 *공양탑으로 가는 길이 폐쇄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절망적이었지만 어떻게든 꽃을 심고 향기를 남기고 싶었다. 그때 우연히 게릴라 가드닝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고, ‘총 대신 꽃으로 싸운다’는 메시지를 담은 게릴라 가드닝을 본 순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치된 땅에 꽃을 심어 생명을 불어넣는 게릴라 가드닝처럼 우리도 하시마 섬에 추모의 꽃을 심어 강제노역 희생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었다.|
   
랜덤너스가 일본 하시마 섬에 심은 추모의 꽃과 '두 섬 이야기' 팻말이 꽂혀 있는 모습.
ⓒ동덕여대 김영재 제공


꽃드림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심기에 적합한 꽃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1월에 꽃을 심을 예정이어서 낮은 온도에서도 잘 자라는 꽃을 찾기 위해 교수님, 원예 관련 전문국가기관 등 많은 곳에 자문해봤지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생각보다 이른 봄에 자랄 수 있는 꽃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수행 시기를 3월로 늦추고 나서야 여러해살이풀이자 강인한 생명력, 감사, 사랑, 존경의 꽃말을 가진 카네이션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식물검역법상 국외로 종자를 반출하는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서 국내에서 꽃을 가지고 일본에 가려면 몇 달 이상이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본 현지에서 발품을 팔아 카네이션을 준비하기로 했고, 다행히 일본에서 쉽게 꽃을 구할 수 있었다.
 
지난해 3월 일본 하시마 섬에서 실시한 게릴라 가드닝 이야기를 들려 달라.
우리는 나가사키 항구에 총 3번에 걸쳐 꽃을 심을 계획을 세웠다. 일본에 머무르는 이틀 밤 동안 꽃을 심을 기회는 단 두 번뿐이어서 어두워지기 전에 꽃을 어디에 심을지 미리 장소를 물색했다. 사실 게릴라 가드닝은 불법이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밤에 몰래 꽃을 심다가 사이렌 소리가 들리거나 근처에 경찰차라도 지나가면 긴장감이 몰려왔다. 당시에는 우리가 마치 독립투사라도 된 기분이었다. 꽃 뒤편에는 하시마 섬의 양면성을 드러낸 ‘두 섬 이야기’라는 팻말을 꽂았다. 팻말을 통해 사람들에게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섬과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지옥섬이 사실은 같은 섬이라는 내용을 알리고자 했다.

꽃드림 프로젝트로 인해 실제로 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한국에 돌아와서 신문,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꽃드림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하시마 섬 강제징용의 역사를 알릴 수 있었다. 꽃드림 프로젝트를 보고 실제로 하시마 섬에 다녀온 사람도 있었고, 직접 섬에 씨앗을 뿌리고 온 사람도 있었다. 꽃을 심고 돌아온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한 동화작가가 우리가 심은 꽃이 잘 있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줘서 정말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과 움직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올해 10월 쯤 다시 하시마 섬으로 꽃을 심으러 갈 계획이다.

기사도우미

◇공양탑=일제강점기에 강제 징용돼 일본 하시마 섬 현지에서 사망한 조선인의 유골을 인근 지역인 다카시마 섬에 매장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세워졌다. 건립 당시 위패가 있었지만 현재 모두 유실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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