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소현 기자 (ddloves@skkuw.com)

 

“적군 쓰레기를 격퇴하기 위해 꽃 부대를 투입한다. 돌격 앞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쓰레기를 치우고 그 자리를 꽃으로 채우기 위한 <성대신문> 문화부의 전투가 시작됐다.

1단계 작전 지역 탐색

‘적군의 위치를 파악하라’

장소 선정은 그 어느 단계보다 신중을 기했다. 학우들이 자주 다니는 곳이며 누구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공간. 두 가지 기준 아래 인문사회과학캠퍼스부터 대학로까지 탐색을 시작했다. 학교 내부는 관리가 잘 되고 있어 게릴라 가드닝이 필요한 공간은 따로 없었다. 하지만 관리자들의 노력이 없었을 때 문제가 될 만한 공간은 존재했다. 특히 학우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일수록 작은 불씨가 더욱 눈에 띄었다. 쓰레기통이 아닌 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처음 발견한 곳은 학교에서 혜화역으로 가는 셔틀버스 정류장. 덩그러니 컵 하나가 놓여 있다. 커피가 반쯤 남겨진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은 혹시나 주인이 놓고 간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게 했다. 주인이 다시 컵을 찾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며 학교 밖으로 길을 나섰다.
쪽문을 내려가다 보면 보이는 정자, 모두가 주인인 그곳에 쓰레기가 가득했다. 쓰레기를 줍고 있는 기자들에게 정자에서 쉬던 노인이 말을 건넸다. “여기 쓰레기는 다 학생들이 버리고 가는 거야.” 모두에게 열린 쉼터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로 뒤덮여 버렸다. 그렇게 대학로까지 장소를 물색하고 다시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을 때, 컵은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200미터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쓰레기통이 있음에도 컵은 그곳에서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2단계 전투준비

‘함부로 은밀하게’

게릴라 가드닝을 할 장소를 물색하면서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모두 수거했다. 그중 유독 많은 것이 음료 테이크아웃 컵이었다. 때문에 이것을 화분으로 사용해 게릴라 가드닝에 이용하기로 했다. 꽃은 한정된 예산 안에서 구입해야 했기에 유난히 더웠던 8월 어느 날의 아침, 양재 꽃시장으로 향했다. 지속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잘 시들지 않는 꽃 위주로 구입하였다. 화분에 꽃을 옮겨 심는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특히 흙이 모자라 소나기 내린 후 단단히 굳은 학교 화단에서 흙을 푸고 있는 기자들의 뒷모습은 도굴꾼을 절로 연상케 했다.
8월 말의 어느 날 오후 네 시, 방학임에도 학교는 촬영하고 있는 영상학과 학우들로 가득했다. 아무도 모르게 기습적으로 게릴라 가드닝이 이루어져야 했기에 촬영 무리를 피해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움직였다. 첫 번째 장소는 처음 쓰레기를 발견한 셔틀버스 정류장. 쓰레기가 있던 그 자리에 꽃을 담아 다시 올려놓았다. 같은 공간, 다른 존재. 쓰레기가 있던 그 자리를 채운 ‘일일초’. 하루에도 수십 번 피었다 졌다를 반복하는 일일초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우들을 반기고, 또 배웅한다.
쪽문 쪽 정자에선 그날도 노인들이 반겨주었다. 꽃을 한 아름 든 기자들을 보고 그들의 첫 마디는 꽃장사를 하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쓰레기를 치우고 그 자리를 꽃으로 채우는 기자들의 모습에 그들은 환한 미소를 띠었다. 먹던 복숭아 한 조각을 건네며 그들은 흘러가는 말로 걱정의 기색을 보인다. “돈 주고 꽃 샀을 텐데, 여기 두면 금방 다 훔쳐갈걸.”
열 개의 꽃화분을 설치하고 나니 무언가 밋밋한 느낌이 공터를 채웠다. 그래서 수거했던 다양한 쓰레기들 중 팻말로 삼을 만한 보드 판에 우리의 메시지를 담았다. ‘당신의 쉼터가 쓰레기장이 아닌 꽃밭이기를.’

 

3단계 상황종료

‘꽃향기를 전하다’

꽃화분을 설치하고 이틀 후, 기자가 설치한 꽃화분 16개는 모두 사라졌다. 셔틀버스 정류장에는 흔적도 남지 않았고 쪽문 쪽 정자엔 보드 판만이 묵묵히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 셔틀버스 정류장에는 세 개의 일일초 중 두 개의 일일초가 돌아왔다. 어떻게 된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다시 돌아와서 개강 때 무사히 학우들이 일일초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할 수 있었다. 자신이 무심코 버린 컵이 꽃이 되어 나타난 것을 쓰레기 주인이 알지 못하더라도 그곳에 쓰레기가 다시 버려지지 않길.
일일초에 물을 준 후에는 컵에 붙은 달력에 표시를 한다. 개강 일주일 쯤 지났을 때 기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 표식을 남겼다. 일일초 화분의 존재 이유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 누군가는 자신도 모르게 전투에 참여한 것이다. 
쪽문 쪽 꽃들은 그 때 만난 노인들의 말처럼 누군가 가져간 것인지, 아니면 그곳을 담당하는 환경미화원이 치운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는 확실히 줄어 든 모습이었다. 꽃향기 물씬 나는 쉼터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는 실패했지만 언젠가 그곳에 쓰레기가 아닌 꽃이 자리 잡는 날이 오길 바라며 이상 작전을 마무리한다.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