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창업지원 제도, 반쪽 효과 누리는 청년들
쏟아지는 창업지원 제도, 반쪽 효과 누리는 청년들
  • 박형정 기자
  • 승인 2016.09.11 21:51
  • 호수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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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인데 성과를 보여 달라고?
경제적 기반이 부족한 청년은 중장년층보다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시행된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 경험이 있는 20대의 46.7%가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각 부처를 통하여 청년에게 창업지원금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초기 단계의 창업가들이 지원금을 받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창업지원금을 받기 위한 사업계획서에는 창업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창업가의 사업수행능력과 아이템에 대한 시장성, 기술성 등을 담아내야 하고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한 시제품을 가지고 시장 반응을 증명해야 지원금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시제품을 만들고 실적을 확인하는 창업 초창기에는 자금이 필요하지만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소기업청은 ‘2016년 창업기업 육성정책 혁신전략’을 발표하여 성과지향적인 고부가 기술창업을 촉진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창업 성과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을 실행방안으로 삼았다. 과거에는 △창업 인턴제 △창업아카데미 △창업 대학원 등 창업을 권장하는 제도를 비롯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창업 저변확대에 힘썼던 추세였다. 하지만 최근 좋은 아이디어의 시장성을 판단해 해외로 뻗어 나갈 기업에 대한 지원을 더 확대하는 창업도약의 단계로 지원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창업의 성공사례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이로 인해 창업 초기 단계의 청년 창업가들은 자금 확보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대학교 창업지원센터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한 청년은 “충분히 연구한 후 아이템에 대해 확신을 가졌을 때 시제품을 만든다. 이 시제품을 통해 시장조사를 할 수 있는데 시장조사에서 실적을 나타내기 전까지는 지원을 받기가 어려워 우리 팀의 경우 타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을 하여 자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받는 것도 힘들고 받아도 힘든, 창업지원 자금
또한 청년 창업가들은 지원 자금을 받기 위한 절차에 어려움을 표하고 있다. 한 청년 창업가는 “지원금을 신청할 때 △거래명세서 △견적서 △비교견적서 △상대방 사업자 등록증 △창업지원금신청서 △통장사본 등 10가지 정도의 증빙서류를 준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행정 처리에 익숙하지 않은 청년의 경우 이 과정에서 큰 부담감을 느낀다. 또한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난 후 심층면접과 발표평가까지 거쳐야 한다. 서류와 면접·발표준비 등을 하기 위해서는 대략 한 달이 소요되기 때문에 청년 창업가들 사이에서 지원금을 타기 위해 창업을 한다는 말이 웃돌 정도다.
한편, 공공기관으로부터 창업지원금을 받아도 사용해야 하는 항목이 정해져 있어 필요에 맞게 효율적으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다. 한 청년 창업가는 “지원금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가령 내가 지원받은 사업의 경우 지원금을 인건비로는 지출할 수 없기 때문에 직원을 고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말 필요한 곳에 사용하기가 쉽지 않으니 공공연하게 집행 내역서를 조작하는 팀도 있다”고 전했다. 부당지출을 막자는 취지에서 △교육지원비 △기자재구입비 △마케팅비 △연구시설비 등의 여러 항목이 정해져 있지만 오히려 청년 창업가로서는 사용에 제한을 받는 현실이 된 것이다.

첩첩산중 규제에 실현 힘든 아이디어
과도한 규제 역시 창업을 하는 데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한 청년 창업가는 “우리나라는 하면 안 되는 것을 정해놓은 게 아니라 해야 하는 것을 정해놨기 때문에 실행 못 한 창업 아이템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규제가 과도하게 많아 창업 아이디어가 불법이 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예로 주차공간문제해결 아이템을 준비하던 청년 창업가는 장애인 주차 공간의 규제에 부딪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분야에서 창업한 또 다른 청년 창업가는 규제가 완화되려는 움직임은 있으나 원격 의료 진료와 같은 부분에서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기헌 선임연구위원은 “생계형 창업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인 혁신적인 창업 아이템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규제가 불필요하게 많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되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최근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 예로, 서울대 재학생들이 창업해 흥행을 이끈 온라인 중고차 경매 업체 ‘헤이딜러’는 지난해 말 온라인 경매업체에 일정 규모의 주차장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자동차 관리법이 통과되면서 영업 자체가 불법이 됐다. 이에 규제가 너무 지나치다는 원성이 쏟아졌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혁신적인 창업 아이디어의 실현을 가로막는 규제의 완화가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완성형 모델이 되기까지 자그마치 50년이 걸렸다. 따라서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 창업제도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섣부르다. 하지만 김 선임연구위원은 쏟아지는 지원 정책이 창업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창업 제도의 발전 방향에 대해 “지금은 정부가 주도하는 창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대학과,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벤처전용 투자은행과, 소액투자자인 민간, 그리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정부가 함께했을 때 선순환 구조의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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