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소현 기자 (ddloves@skkuw.com)

 

어둠이 내려앉은 밤, 전투는 시작된다. 그들이 손에 든 무기는 총과 칼이 아닌 ‘꽃’. 그들의 움직임은 누구보다 은밀하며 신중하다. 쓰레기가 쌓여버린 공간, 쓰레기를 치우고 그곳을 꽃으로 채우는 사람들. 그들은 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쓰레기가 쌓인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 공간이 쓰레기장이 아닐 때 발생한다. 그 공간의 용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무심코 버린 쓰레기 하나는 수십 개의 쓰레기를 낳고 그 공간은 어느새 쓰레기장이 된다. 공간의 본래 모습은 쓰레기에 묻혀 순식간에 잊히고 지독한 악취를 풍긴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 하나가 공간의 용도를 아예 상실케 한 것이다. 그곳을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쌓인 쓰레기를 외면하며 찡그린 표정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만약 하나의 쓰레기를 치우고 그곳에 한 송이의 꽃을 심는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은은한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함박 미소가 꽃필 것이다. 쓰레기가 가득 찬 공간을 꽃으로 채우는 그들의 은밀한 움직임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당신이 쓰레기를 향해 먼저 손길을 내밀길, 적어도 손에 쥔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놓쳐버리지 않기를 바라며 그들이 먼저 본질을 잃은 공간을 치우고 꽃을 심는다. 쓰레기가 모인 곳을 꽃밭으로 변화시키는 푸른 혁명, ‘게릴라 가드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