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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 멋으로 사로잡고 맛으로 승부한다
한지호 기자  |  jiho2510@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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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호] 승인 2016.09.25  19: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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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국내에서 푸드트럭 운영이 합법화됐다. 소자본으로 이동성 있는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푸드트럭은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창업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푸드트럭을 통해 조용한 공간을 열기로 채우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하는 많은 청춘 가운데 <성대신문> 문화부는 지치고 힘든 일상 속의 휴식이 되고 싶다는 푸드트럭 ‘칠링키친’의 하루를 동행했다.

   
 

일상 속 휴식을 선물하기 위한 준비운동
지난 23일 오전 11시 33분, 인천 검암역 출구 앞. 공항 근처라 역 앞에 길게 늘어선 택시들 뒤로 기자를 마중 나온 승용차 안에서 칠링키친의 정승윤(25) 씨와 정유진(28) 씨를 만났다. “사무실 가기 전에 마트에 잠깐 들릴 거예요. 키친타월이랑 양파가 부족해서요.” 계산을 끝낸 뒤, 다시 차를 타고 연희동 빌라 2층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 안은 냄비와 프라이팬 같은 조리도구들, 음료와 소스 병이 들어있는 상자들로 가득했다. 사무실 오른편은 조리대와 개수대가 있는 주방과 냉장실, 냉동고가 차지한다. 전날 밑간해둔 고기와 직접 담근 생과일청, 빵 등 오늘 쓰일 재료들이 냉장고를 채우고 있었다. 재료를 정리하던 승윤 씨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분이 오셨다”며 급하게 1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음식물처리업체에서 온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구청에서 가정용 쓰레기를 일괄적으로 수거해가는 주택가와 달리 사무실이 위치한 빌라는 따로 음식물쓰레기 전용수거용기를 설치해서 버려야 한다. 푸드트럭 사업 특성상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사무실임대료에 더해 한 달에 5만 원이라는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 것이다. “이것저것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사소하게는 컵홀더, 휴지, 포크, 빨대도 모두 나가는 돈이니까요.

   
목동 운동장 밤도깨비야시장에서 사람들이 푸드트럭을 이용하고 있다.

푸드트럭 발목 잡는 레드테이프
칠링키친은 매주 금, 토요일 밤도깨비야시장이 열리는 목동 운동장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이하 DDP)에서 영업한다. 오후 1시, 목동 운동장에서 영업하는 승윤 씨와 함께 트레일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칠링키친은 푸드트럭 2대와 트레일러 4대를 임대 계약하여 영업하고 있다. 트레일러는 트럭과 다르다. 트레일러는 차를 연결해서 앞에서 끌어줘야만 이동을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트럭보다 수납공간이 넓고,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아 손님들과 더 가까이 대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차량개조에 있어서도 규제 제한을 덜 받는 편이다. 차량구조변경 규제에 의하면 푸드트럭으로 구조 변경을 할 수 있는 차량은 1톤 이하의 트럭으로 제한되는데 트럭 내부공간을 넓히지 못한 채 기존 차량의 크기를 유지하면서 영업하기에는 조리공간이 지나치게 비좁은 경우가 많다. 
트레일러는 경인 아라뱃길의 주차장에 있었다. 이곳 아라뱃길 주차장은 칠링키친이 고정적인 영업장소로 계약을 맺은 곳이다. 그러나 아라뱃길은 주변상권을 피해 영업지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지 않을뿐더러 불법으로 영업하는 푸드트럭도 상당수다. 따라서 칠링키친은 아라뱃길에서는 계약이 유지될 만큼만 최소로 영업하고 있다. 승윤 씨는 내일 영업할 장소인 수원시의 관계자와 통화하면서 영업허가증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푸드트럭 사업자에게 영업허가증은 합법적으로 영업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다. 본래 푸드트럭은 영업허가증을 받아 지정된 장소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업허가증 문제로 인해 푸드트럭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이동성이 크게 제한받는 문제가 불거지자 최근 지자체는 푸드트럭존을 설정해 해당 구역 내에서 푸드트럭의 이동을 허용하고 있다. 영업허가증을 받는 절차의 간소화도 이루어졌지만 변화된 규제가 잘 반영되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가 지면 찾아오는 트럭 속 도깨비들
오후 2시 45분, 승용차 뒤에 트레일러를 끌고 목동 운동장에 도착했다. 승윤 씨가 차를 끌고 트레일러를 지정장소에 주차한 뒤, 승용차 트렁크에 있는 짐을 트레일러로 모두 옮겨 그 날 영업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음료에 섞을 각종 시럽과 플라스틱 컵, 컵홀더가 상자에서 나와 승윤 씨의 손을 거쳐 제자리를 찾아간다. 냉장냉동시설과 불을 이용할 수 있는 화구, 그리고 개수대까지 트레일러 내부는 좁지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승윤 씨의 트레일러는 음료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 쪽에는 커다란 커피머신이 자리해 있다. 판매하려는 메뉴가 어떤 종류인지에 따라 트레일러 내부가 다르게 설계된다. 각양각색 18대의 푸드트럭들이 목동 운동장을 빙 둘러섰다. 서울시는 밤도깨비야시장에서 영업할 푸드트럭을 지원받아 심사를 거쳐 영업자를 선정했다. 따라서 영업하는 푸드트럭끼리 메뉴가 겹치는 일은 거의 없다. 이곳에서는 푸드트럭 영업자들끼리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필요한 게 있으면 빌려주고, 판매하는 음식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낸다.
오후 5시, 영업시작시간이 가까워오자 푸드트럭 주변으로 손님들이 서서히 모인다. “금요일 목동은 엄청 한가해요.” 아메리카노를 시킨 첫 손님을 받으며 승윤 씨가 한 말이다. 목동 운동장은 여의도나 DDP보다 상대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손님들 대부분은 근처에 사는 주민들인데 아이들과 함께 가족단위로 오기 때문에 망고 에이드가 가장 잘 팔린다.
오후 6시가 지나면서 승윤 씨의 손이 더 빨라진다. “오늘은 평소보다 손님이 더 많은 것 같네요” 보통 금요일에는 10잔에서 20잔정도 팔린다는데 오늘 승윤 씨는 1시간 만에 무려 37잔을 팔았다.  

   
 

   
DDP에서 정유진이다운 씨가 영업하고 있다. 야시장이 끝난 후 마감하는  정 씨.

문화가 있는 야시장
오후 7시 50분, 유진 씨와 이다운(28) 씨가 영업 중인 DDP를 찾아갔다. DDP는 훨씬 더 많은 푸드트럭과 사람들로 붐볐다. 유진 씨의 푸드트럭도 분주하게 손님들에게 판매할 핫도그와 칵테일을 만들고 있었다. 다운 씨는 사람들이 야시장을 많이 찾는 이유가 메뉴가 다양하고 평소에 먹기 힘든 요리도 부담 없는 가격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길거리 음식이라는 편견을 깨고 푸드트럭의 메뉴는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지금은 스테이크 같은 고급레스토랑요리부터 파니니, 크레페, 빙수 등 다양한 카페 메뉴까지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질소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나 전구모양 컵에 담겨 나오는 에이드 등 독특하고 이색적인 메뉴들을 판매하는 푸드트럭들도 눈에 띈다. SNS에 올라온 글을 보고 DDP에 놀러왔다는 문선혜(20) 씨는 “푸드트럭에서 파는 음식이 고급스럽고 다양해져서 또 이용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밤도깨비야시장은 푸드트럭뿐만 아니라 버스킹 공연과 프리마켓도 함께 한다. 밴드가 와서 공연을 하면 사람들이 옹기종기 그 주변에 둘러앉아 구경하다가 노래가 끝나면 앵콜을 요청하기도 한다. 또 어떤 팀은 즉석에서 뮤지컬을 선보이기도 한다. 프리마켓에는 팔찌, 귀걸이 등의 악세사리부터 파우치, 가죽지갑,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까지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야시장을 찾은 우리 학교 강상현(소비자 15), 김승연(심리 15) 학우는 “야시장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좋은 문화공간인 것 같다. 하지만 푸드트럭에서 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더 늘리면 좋겠고, 푸드트럭 위치를 알 수 있는 지도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밤도깨비야시장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야시장을 찾아와 즐기는 건 좋지만 간혹 먹고 남은 쓰레기를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거기에 함께 버리고 간다. 야시장을 깨끗하게 이용하려면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동 운동장에서 정승윤 씨가 영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수고했어, 오늘도
오후 11시 40분, 야시장의 열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시곗바늘이 열두시에 가까워질수록 음악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조명이 하나둘 꺼진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던 테이블 위 파라솔도 날개를 접는다. 손님이 모두 돌아간 하루의 끝에서도 유진 씨와 다운 씨의 손은 쉴 줄을 모른다. 오늘 하루 쓰고 남은 재료를 정리하고, 그릴판을 비롯해 트럭 내부의 기름기를 모두 닦아낸다. 트럭에서 나온 쓰레기는 야시장에서 버릴 수 없어 큰 봉투에 그 날 영업하면서 나온 모든 쓰레기를 따로 가져가서 버려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설거지다. 푸드트럭이 상하수도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한 트럭 내에서 물을 쓰려면 물을 미리 받아두고 개수대와 연결해서 쓰는 수밖에 없다. “예전에 물을 받아와서 푸드트럭 안에서 설거지를 한 적이 있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쓰레기랑 마찬가지로 폐수도 야시장 내에서 버리지 못하게 되어 있거든요. 지금은 모두 가져가서 사무실에서 해결해요.”
근처에서 닭꼬치를 팔던 푸드트럭의 주인이 유진 씨와 다운 씨에게 닭꼬치를 주러 왔다. “장사가 잘 안 된 날은 이것저것 많이 들어와요. 음식이 많이 남거든요.” 유진 씨는 이곳 정리를 마무리하고 내일 영업을 또 준비하려면 오늘밤은 잠을 못 잘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칠링키친에 합류한 유진 씨는 그래도 회사에 다닐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 “가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푸드트럭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손님으로 만날 수 있어서 재밌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오전 1시에 가까운 시각. 푸드트럭들이 천천히 DDP를 빠져나간다.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들어가세요” 라는 인사말이 음악소리가 멎은 DDP 광장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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