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소연 편집장 (ery347@skkuw.com)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같은 학교 행사가 끝나고 학부모들이 준비한 간식을 선생님, 친구들과 나누어 먹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한 번쯤은 이와 비슷한 기억이 있을 정도로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이러한 풍경을 학창시절 내내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과 함께 간식을 드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근 몇 개월간 잊을 만하면 뉴스에 나와 이제는 친숙해진 그 이름, ‘김영란’법이 드디어 시행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학교에도 적용되어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어떠한 선물이나 금품을 받을 수 없다.
‘청탁금지법’, 소위 김영란법은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학교와 학교법인 또한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어 대학교도 법 위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우리 학교에서도 이에 대비해 교원과 직원, 조교 및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김영란법에 대한 안내를 실시했다. 취지대로 실현된다면 김영란법은 대학가에서 일부 존재했던 부패한 관행을 최소화하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실제로 기대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들린다. 기존에는 학위와 취업을 좌우할 수 있는 교수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는 일부의 행태를 사실상 제재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법의 시행으로 제자들을 사적인 업무에 동원하거나 금품을 요구하는 등의 행위가 근절될 것이라는 예상이 점쳐지고 있다. 교수 사회뿐만 아니라 학교 내 다른 부정 청탁 등의 관행도 철폐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어떻게 첫술에 배가 부를까. 김영란법은 적용 대상이 광범위해 세부적인 시행 규정과 현실에 맞는 법 적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첫 시행인 만큼 아직 적용 사례가 모호하고 일부 조항은 현실성을 결여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학 내에서의 법 적용 또한 마찬가지다. 가령,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대표적으로 꼽히는 대학 내 법 위반 논란 사항은 졸업 전 취업한 학생들이 수업에 나오지 않고 교수에게 출석 인정 및 학점부여를 부탁하는 경우다. 그런데 출석 일수와 관련 수업 규정에 조기 취업자에 대한 예외조항을 두거나 ‘취업을 결석 사유로 인정한다’ 등의 학칙을 제정한다면 법에 저촉되지 않을 여지가 생긴다. 이에 따라 수도권 내 한 사립대학은 실제로 조기 취업을 공인 결석 대상에 추가했다. 이처럼 학칙으로 제정된다면 법 위반을 피해갈 수 있다는 사실에 일각에서는 법 적용이 모호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각 대학 학과에서 언론인이나 공직자를 초청해 강연비를 지급하고 강연을 여는 것 또한 금액 등에 따라 위법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는 대학생들이 취업이나 직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어 현실적인 측면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사례에서 당분간은 한동안 진통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배가 불러야 식사가 끝난다. 수저를 잘못 쥐고 있어서 밥을 먹지 못하고 있다면 중간에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아직 식사를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식사를 시작한 후에는 다른 이들의 조언에 귀 기울여 자세를 고쳐야 한다. 첫술로 시작해 모두가 배부를 수 있는 한 끼가 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