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고고학은 바다를 포함해 △강 △하천 △호수 등 물속에 잠겨버린 유물, 즉 수중문화재를 연구하는 고고학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바다에 침몰한 배와 배에 실려있던 각종 유물이 수중고고학의 대표적인 연구 대상이다. 이러한 수중고고학이 고고학의 한 분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불과 약 60년 전이었다. 1943년, 수중 호흡기인 스쿠버가 개발되고 50년대에 이르러 스쿠버 다이빙이 수중 스포츠로서 널리 알려졌다. 그에 따라 깊은 바닷속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된 사람들은 매몰돼있던 난파선과 유적들을 목격했다. 그들은 그 가치를 쉽게 알아볼 수 없었지만, 소수의 고고학자는 자신의 연구영역이 바닷속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직감했다. 과거의 파편이 땅 위에만 남아있는 게 아니라 물속에서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후 고고학자들은 지중해에서 발견된 케이프 겔리도냐호와 같은 해저 보물선 발굴·조사에 착수했다. 청동기 지중해 무역이 미케네 문명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무역설에 오류가 있음을 밝혀내면서, 수중문화재 연구를 통해서도 역사적 오류를 바로잡는 등의 고고학적 성과를 낼 수 있음이 드러났다. 그에 따라 수중고고학은 고고학의 새로운 분야로서 서서히 자리 잡게 되었다.
1975년, 한 어부의 그물에 우연히 청자와 백자 6점이 걸려 나오면서 지중해를 중심으로 진행돼온 수중고고학계에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약 650년간 잠들어 있었던 14세기 중세 동아시아 무역선이 다름 아닌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것이다. 1976년 전 세계 수중고고학자들의 이목을 끌며 우리나라 최초의 수중발굴인 신안선 발굴이 시작되었다. 9년여 동안 총 11차례에 걸쳐 발굴·조사를 진행한 끝에, 약 2만 4천 점에 달하는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2만 점에 달하는 중국 송·원대의 도자기가 발굴되면서 우리나라는 중국 원대의 도자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이외에도 28톤에 달하는 동전 800만 개와 더불어 △금속품 1000여 점 △동남아시아산 최고급 가구 목재인 자단목 1017개 △선체 조각 445개 등의 수많은 유물이 출토됐다. 이것들은 갯벌 속에 묻혀있어 거의 완벽한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다.
이처럼 최상급의 보존 상태를 자랑하는 많은 양의 유물들은 14세기 동아시아의 무역과 문화 교류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 허문녕 연구사는 “신안선은 해양 실크로드의 실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신안선에서는 고려청자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고려청자가 이미 중국에 전해졌을 정도로 인기 있는 교역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신안선은 보통의 무역선처럼 물품들이 산지별로 정렬돼 있지 않고 이미 상자에 담겨 있었는데, 이를 통해 당시의 무역이 물품을 목적지에 도착해 파는 형식이 아니라 원하는 물품을 주문받아 미리 상자에 담아 전달하는 식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신안선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총 14척(△통일신라 1척 △고려 10척 △조선 1척 △중국 2척)의 난파선을 발굴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해군의 도움을 받았지만 2002년 군산 비안도 수중발굴을 기점으로 해군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발굴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어부의 통발에 주꾸미와 함께 청자가 걸려 나온 사건이 언론에 소개되며 대중에게 수중문화재의 존재가 다시 한 번 알려졌다. 그 이후, 신안선과 같은 대선은 아니었지만 고려의 곡물 운반선인 마도 1·2·3호선에서 목간과 같은 귀중한 기록물이 발견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중고고학은 학술적으로 한층 더 도약했다. 예를 들어 마도 2호선의 경우, 1200년을 전후한 시기에 전라북도 고창 일대의 곡식과 젓갈을 개경에 있는 관직자에게 보내기 위해 운항하던 곡물운반선이라는 사실이 모두 *목간을 통해 밝혀질 수 있었다. 난파선을 비롯한 수중문화재는 이처럼 그 당시의 무역실태부터 선조들의 일상생활상에 이르기까지 해양문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수중고고학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다. 물속에 가라앉은 선체를 인양하는 장비가 필요하므로 육상고고학과 비교하면 훨씬 큰 비용이 든다. 인양 이후에도 유물은 보존·처리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시간이 요구된다.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매장돼있던 유물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 급격한 환경변화로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물들은 공통으로 대략 2~3년간의 탈염 과정을 거친다. 해저에 매장돼 있는 동안 깊숙이 침투된 염기는 유물의 재질을 약화하고 부식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탈염 처리된 유물들은 재질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추가적인 보존·처리의 과정을 거친다. 그중 목재로 만들어진 난파선은 치수 안정화 처리와 복원의 과정이 필요하다. 목재로 된 선체가 오랜 시간 동안 물속에 잠겨있으면서 물속 세균들에 의해 세포벽이 파괴돼 내부가 물로 가득 차는 수침고목재가 되기 때문이다. 허 연구사는 “난파선의 선체는 겉으로 보면 멀쩡한 나무와 다름없지만, 손으로 압력을 가하면 마치 스펀지처럼 꾹 눌린다”라며 물속 선체의 상태를 묘사했다. 따라서 목재를 인양한 뒤 공기 중에 그대로 내버려 두면 내부에 들어찬 물이 증발해 단숨에 쪼그라들어버리기 때문에 목재 내의 수분을 약품으로 대신 메꾸어 치수가 변하지 않도록 하는 치수 안정화 처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안정화 처리가 끝나면 선체를 건조한 뒤 다시 조립한다. 해체됐었던 선체를 다시 결합하는 복원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난파선은 해양문화유산으로서 생명력을 갖게 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고대로부터 활발한 해상교류가 이뤄졌던 우리 바닷속에는 여전히 수많은 유적들이 잠들어 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유적들의 귀중한 가치를 알기에, 수중고고학자들은 다시 한 번 위험을 무릅쓰고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잠들어 있던 유물에 숨을 불어넣으며 역사의 빈 페이지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기사도우미◇목간=나무나 대나무에 글을 적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