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호성 기자 (doevery@skkuw.com)

 

자율주행차, 산업구조 및 생활환경 전반에 변화 불러
하지만 아직까지 안정성에 대한 불신
“윤리와 도덕적 문제 해결해야 상용화 할 수 있어” 지적도

ⓒShutterstock

“현대인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자동차는 이를 위한 더 적합한 공간이 될 것입니다. 미래엔 자동차가 단순한 교통수단을 뛰어넘어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회장인 디터 제체는 작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에서 자율주행 *콘셉트카(Concept Car)를 선보이며 위와 같이 연설했다. 디터 제체 회장의 발언은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생활환경의 변화를 일부 보여준다. 자율주행차는 도로 상황 정보를 센서를 통해 파악하고 상황에 따른 컴퓨터의 지시를 통해 자동으로 운행되는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자동차를 말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인간의 인지적 한계로부터 발생하는 교통사고와 교통체증을 해결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래 자동차 기술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제4차 산업혁명’이 다가옴에 따라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5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420억 달러까지 커지고 2035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25%를 자율주행차가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도요타 △메르세데스-벤츠 △GM △포드 △현대차와 같은 자동차제조기업부터 △구글 △바이두 △테슬라와 같은 IT기업까지 시장 선점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구글은 2020년 안에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얘기할 수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각종 도로 상황에 대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도로 상황에 대한 △인지 △판단 △제어의 과정을 통해 운행된다. 사람이 시각, 청각 등을 통해 운전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상황을 인지하는 것처럼, 자율주행차는 차체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도로의 정보를 수집하고 인지한다. 센서는 카메라나 레이더, *라이다와 같이 다양한 종류가 사용되는데 구글은 실시간으로 3차원의 공간을 스캔할 수 있는 센서를 통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에 내장된 컴퓨터 인공지능은 상황을 인지하고 이에 맞는 판단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자율주행차의 성능이 판가름난다. 똑같은 정보라도 인공지능의 학습 정도에 따라 상황이 다르게 인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팔, 다리, 몸과 같은 인간의 보편적 특성에 대한 다양한 종류의 정보가 습득돼야 성별 및 나이에 관계없이 인간임을 인지할 수 있다. 또한, 판단의 과정에서도 학습은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도로 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개발자가 인공지능에 프로그래밍할 수 없다. 자율주행차는 직접 도로를 주행하며 딥러닝을 위해 각종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지난 5일, 구글은 시험 중인 자율주행차가 지금까지 200만 마일(약 322만㎞)의 거리를 주행하며 다양한 도로교통환경에서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주행거리는 전체 자동차 업계 자율주행차 시험 거리와 맞먹는 수치다. 구글 자율주행차 기술 총괄을 맡고 있는 드미트리 돌고프는 “현재 기술 완성도는 90%가량이며 나머지 10%를 3년 안에 완벽하게 해결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교통사고와 교통체증이 획기적으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 아니라 자율주행차는 산업구조 및 주거환경의 변화 등 전반적인 생활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전국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대형 교통사고의 94%가 △과속 △신호 위반 △음주운전 등과 같은 인간의 과실로 발생한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우리나라에서만 한해 40조 원에 이를 만큼 막대하다. 이를 고려했을 때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고 말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교통체증도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사고나 도로점검과 같은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는 교통체증인 ‘유령체증’은 인간의 반응속도 한계로 인해 발생한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자동차 간의 정확한 거리 계산을 통해 불필요한 정차를 없애며 원활한 교통 환경이 조성된다. 이와 같은 효율적 운행은 연료효율을 높여 배기가스를 줄이며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 IT기업과 자동차 제조업체와 같은 대기업 간의 협업이 확산되며 산업구조에도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견한다. 보험시장의 큰 규모를 차지했던 자동차보험은 자동차 사고가 줄어들며 하락세를 겪게 될 것이며 물류 운송 및 유통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황승호 현대자동차그룹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미래건축포럼에서 "근대 도시는 철도망과 자동차 도로 위주로 발달해 왔는데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도시의 물리적 한계가 줄면 도시와 건축물은 보행자·입주민 중심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라며 주거환경의 변화를 전망하기도 했다. 기존에 자동차를 운전하기 힘들었던 노인, 장애인 등도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며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존재한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으로 인해 차 소유주들은 운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이는 곧 이동시간의 여가화로 이어질 것이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시제품
 ⓒGoogle

하지만 아직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으로 인공지능에 주행을 100% 맡길 수는 없다는 의견이 다수 존재한다. 또한,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낸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사고가 났을 때 탑승자와 보행자 중 누구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하는지와 같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 또한 존재한다.
 지난 5월 테슬라의 자율주행차가 교차로에서 좌회전 중이던 대형 트레일러를 들이받아 자율주행차의 탑승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바탕이 하얀 대형 트레일러를 센서가 하늘로 인지했기 때문이다. 사고의 원인이 공개되면서 사람들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에 대해 더욱더 의심하게 됐다. 테슬러의 사례와 같이 자율주행차의 프로그래밍 오류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다 해도, 안전에 관해서는 확률적으로 계산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을 돌려놓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100% 자율주행이 아닌 운전자의 관리·감독 하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형태의 기술로 개발을 진행하는 기업들도 다수 존재한다. 또한, 윤리적인 문제들도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앞서 해결해야 할 대상이다. 학술지 ‘사이언스’는 일반인 1928명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의 행동지침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76%가 자율주행차는 다수의 인명을 보호하는 공리주의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를 법적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응답은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리고 공리주의 방식인 모드와 탑승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모드 두 가지로 차가 나올 경우 대다수는 후자를 살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자들은 앞으로 위와 같은 윤리와 도덕에 관한 사항들에 대한 꾸준한 논의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자율주행차는 도로 위에서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고 말한다.
 

기사도우미

◇콘셉트카=자동차에 관한 소비자들의 성향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내다보고 그에 맞게 자동차를 개발해 모터쇼에 출품하는 미래형 자동차를 말한다.

◇라이다(Lidar)=극초단파를 이용하는 레이더와 달리 빛을 이용해 물체와의 거리를 계산하는 센서이다. 레이더가 볼 수 없는 사각지대까지 관측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