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아직 일 년의 사분의 일이 남았음에도 벌써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던 한 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마냥 축복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평균 수명 백세(百歲)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의 나이를 고려해 시간 범위를 지난 20년간으로 좁혀보면, 최근 20년은 20세기 초중반에서의 같은 20년간 인류가 겪었던 격변의 시간들과 비교하자면 오히려 평범하다고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핵폭탄, 유인 우주선(有人 宇宙船), 라디오와 TV를 포함해 그 외 우리가 누리고 있는 각종 문명의 이기(利器)와 의료 기술의 발전, 사회 문화적 변화 등은 주로 지난 백 년의 전반부에 보다 큰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즉, 1916년 20세 성인이 타임머신을 타고 1966년으로 갔을 때 겪을 정신적 충격은, 1966년의 20세 성인이 2016년으로 왔을 때의 그것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적을 것 같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스마트폰과 알파고의 등장에도 놀라움을 느끼긴 하지만, 비행기와 우주선, TV와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 보는 것입니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현재 초등학생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직업의 변화가 엄청날 것이라는 것인데, 현재 대학생들과는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겠지요. 물론 40~50대에게도 준비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저도 회사에서 7년 6개월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 입사 면접을 했던 임원 한 분은 ‘평생 직업’은 있어도 ‘평생 직장’은 없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는 ‘평생 직업’도 없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우왕좌왕할 필요는 없겠지요. 저도 한 가정의 가장(家長)으로서 경제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경제학에서는 요즘 고전적인 경제학 이론과는 다르게 벌어지는 경제 현상을 가리켜 뉴노멀(New-Normal)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더군요. 경제 분야뿐 아니라 현재 인류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을 뉴노멀이라는 용어로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차피 ‘평생 교육’의 시대에 접어들었고 가장 학습력과 총기(聰氣)가 왕성한 대학 시절에 우리 학생들은 캠퍼스 안팎으로 많은 기초 지식과 경험을 쌓고 사회에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일러스트Ⅰ유은진 기자 qwertys@

필자가 연구하는 반도체 분야는 정보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주도한 원동력이며, 전기ㆍ전자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단체인 IEEE에서 작년에 발간한 출판물에 따르면 모든 1, 2차 산업 분야를 통틀어 지난 50년간 가장 높은 생산성 향상을 보인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짧은 지면을 통해 반도체 분야 전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니, 기억과 계산 등 인간 두뇌 기능의 일부를 수행하는 칩(chip)을 연구하는 제 연구 분야에 대해 조금만 언급하겠습니다. 반도체를 대표하는 소자는 트랜지스터라는 것인데, 제2차 세계 대전을 전후해 통신 장비와 군수용 계산기를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이후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통해 대표적으로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 개발에 적용되었으며, 지금은 하나의 손톱만한 칩에 수 십 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어 컴퓨터, 스마트폰, TV를 포함해 자동차에도 적용 범위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소위 비메모리 반도체의 대표가 마이크로프로세서 혹은 CPU (Central Processing Unit)라는 것인데, 통상적으로 선진화된 국가에서는 현재 1인당 100개 이상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는 추정 통계가 있습니다. 앞으로 사물인터넷이나 인공 지능의 발전을 포함해 최근 국내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지진 등 자연 재해를 보다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선 더 똑똑한 반도체 칩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센서와 신재생 에너지의 활용, 무선 전력 전송에서도 반도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학문 분야가 중요하지만,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점에서 더 많은 학생들이 반도체에 관심을 가지고 힘을 보태 같이 연구하기를 기대합니다.
 
한태희 교수
반도체시스템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