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소연 편집장 (ery347@skkuw.com)

지난 3일, 노벨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고 있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한국인 수상자가 없는 것에 대해 보도되곤 하지만, 올해는 노벨상이 유독 화두가 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올해 첫 번째로 발표된 노벨상 수상자가 일본 도쿄공대 명예교수로, 같은 아시아권 국가인 일본은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의 상황과 대조된 여파다.
보도된 많은 뉴스는 일본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현재까지 총 22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것과 비교해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국내 학문 풍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주된 비판이 이뤄지는 것은 우리나라의 성과주의식 연구 지원제도이다. 지난 7일 자 <동아사이언스>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노벨상 수상자 88명 중 55.7%는 연구비를 *그랜트 형태로 지원받았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국가연구개발 예산 중 그랜트 형식의 지원 비율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지원 방식 대부분이 ‘하향식’ 연구로, 국가가 먼저 연구 주제를 정해 놓고 참여할 과학자를 선정해 연구비를 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자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꾸준히 심도 있게 연구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연구원들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박해 이과계열 인재들이 기초과학 분야가 아닌 의학·약학 계열로 집중되는 것 또한 노벨상 수상을 기약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령 2012년 창의재단 조사결과 기초과학 분야에서 국제올림피아드 수상자들은 해마다 의대를 택하는 비율이 늘어 2012년에는 수상자의 약 42%에 달했다. 이런 현실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에 연구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사실 국내 연구자의 노벨상 수상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국내 연구자의 노벨상 수상에 목매는 것은 또 하나의 성과주의가 될 수 있다. 설령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 한들 연구자를 키워내는 토양이 바뀌지 않는 한 단발적인 성과에 그쳐 또다시 노벨상 수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현 대학의 상황은 ‘외골수’ 연구자를 양성하기 어려운 토양을 보여준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재정지원사업이나 구조개혁평가가 대학에 대해 취업률과 같은 표면적인 ‘성과’를 요구하면서, 기초학문 분야는 통폐합의 대상이 되는 등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간지의 대학평가에서는 교원 논문 게재 수나 학술지의 권위 또한 평가의 기준이 되어 연구자가 논문의 게재 여부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꽤 힘든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성과 없이 지원만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당장의 성과만을 성과로 인정한다면 토양이 바뀌기는 어렵지 않을까. 
필자가 본지 학술부 기자로 활동하던 당시,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괴짜’라고 불리는 교수님을 만난 적이 있다. 전공과 관련이 없는 분야임에도 흥미 있다는 이유로 십년이 넘는 시간을 한 가지 연구에 투자한 분이었다. 전공에 관련돼도, 관련되지 않아도 좋지만 연구자가 자신의 관심사인 학문분야를 외골수처럼 연구하는 것이 괴짜가 아니라 일반적인 모습인 사회에서 우리는 결실이 맺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사도우미

◇그랜트(Grant)=연구자 스스로 연구 주제를 정한 다음 연구비 지원 기관의 승인을 거쳐 지원을 받는 방식. 국내에선 흔히 ‘상향식(Bottom-up)’이라고 부르는 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