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관우 기자 (ansrhksdn@skkuw.com)

시력이 좋지 않아 눈앞의 사물을 구별하기 힘든 시각장애인. 그런 시각장애인이 볼링공을 굴려 약 20미터나 떨어진 볼링핀을 맞힌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볼링은 국내 시각장애인 생활스포츠 중 가장 활성화된 종목으로 꼽힌다.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서 한국은 볼링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7개 △동메달 8개를 획득하며 전체 한국 메달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그러나 보통의 시각장애인들에게 볼링은 접하기 쉽지 않은 스포츠다. 경기도 양주시청 볼링팀의 ‘사랑 나눔 볼링교실’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시작됐다. 이 볼링교실에서는 양주시청 볼링 선수들이 양주시 내의 시각장애인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매주 수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랑 나눔 볼링교실'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수강생들이 볼링을 즐기고 있다.

오전 약속 시각이 되자 양주볼링센터에는 서서히 사람들이 모였다. 오늘 볼링을 배우러 온 시각장애인 수강생들은 총 4명, 양주시 볼링팀 선수들은 가이드레일을 설치하느라 분주하다. 가이드레일은 시각장애인들이 볼링을 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멀리 떨어진 볼링핀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공이 레인 양쪽으로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볼링핀을 향해 공을 똑바로 굴리기 위해서는 가이드레일을 잡으며 몸의 방향을 똑바로 해야 한다. 양주시청 볼링팀(감독 남상칠) 황주연 선수는 “몸을 가이드레일과 맞게 일자로 맞추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시각장애인분들에게 볼링을 가르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시각장애인들은 오로지 가이드레일에 의존해 감각으로 핀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이 가이드레일만 잡고서 핀을 성공적으로 쓰러트리기는 쉽지 않다. 이를 위해 공이 핀을 몇 개나 맞췄는지 결과를 알려주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4번 핀, 7번 핀 남았어요!” 이처럼 시각장애인들에게 바로 결과를 알려주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수들은 자신이 맡은 수강생에게 볼링공에 손가락을 넣을 수 있도록 항상 위치를 알려주고 때로는 공을 굴릴 때 팔의 방향을 직접 잡아주기도 한다. 박선영 선수는 “아무래도 시각장애인분들이 볼링을 하기에 힘든 점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저희가 더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밝혔다.
1시간 정도의 교육시간 동안 볼링교실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한 번도 쉬지 않고 볼링을 치고 있었다. 며칠 전 장애인볼링대회를 치르고 와서 피곤할 법도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 없이 웃음이 쉴 새 없이 피어났다. 볼링공이 레인 양쪽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참여한 수강생들은 볼링 점수보다는 볼링 수업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 여기 왔을 때보다 많이 실력이 향상됐다”며 “앞이 안 보여도 비장애인들과 다름없이 볼링이라는 스포츠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즐겁다”는 한 수강생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묻어났다. 
시각장애인 볼링 봉사활동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을 묻자 박 선수는 “제가 가르친 수강생의 점수가 눈에 띄게 향상했을 때”라고 답했다. 황 선수 또한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해왔는데 봉사를 하면서 장애인분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는 등 유익한 시간인 것 같아 좋다”고 전했다. 남 감독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시작된 이 봉사활동을 계속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뜻을 밝혔다. 앞으로도 사랑 나눔 볼링교실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지속적인 스포츠 활동의 즐거움을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