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미경 기자 (b.migyeong@skkuw.com)

생활 및 의료 수준이 높아지면서 동네 곳곳에 병원이 들어섰다. 누구든지 아플 땐 가까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당연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병원비가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에겐 아파도 참는 게 당연한 일상이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ㆍ치의학전문대학원 및 신구대학교 치위생과 치과재능기부 연합동아리 ‘루까’는 경제적인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찾아가 치과 진료 봉사활동을 한다. 신촌의 한 카페에서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김현솔(24) 씨를 만나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루까의 이야기를 들었다.

망원동 청소년센터에서 봉사를 하는 학생이 어린이의 치아를 살펴보고 있다.
ⓒ루까 제공

“루까가 치과 진료 봉사활동을 한 지 올해로 38년이다.” 김 씨는 루까의 오랜 역사를 밝혔다. 루까는 정기적으로 매달 한 번씩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구강검진 △구강위생교육 △방사선사진 촬영 △스케일링 △양치질 교육 등 진료 봉사와 교육 봉사를 진행한다. “현재는 망원동 청소년 문화센터에서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료 봉사를 하고 있다”고 김 씨는 말했다. 방학 때는 아산, 원주 등 의료취약지역을 찾아 4박 5일 동안 △발치 △실란트 △충치 치료 등 실질적으로 환자들에게 필요한 진료를 하는 장기 진료 봉사활동을 한다. 지난 7월에는 장기 진료 봉사활동을 위해 강원도 정선을 찾아 △고한 △남면 △사북 △신동 지역의 주민 100여 명에게 치과 진료를 했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 망원동 청소년센터는 봉사자 학생들과 예약하고 방문한 환자들로 북적인다. 보통 20명 내외의 주민들이 진료를 신청하며 대부분 어린이와 노인이다. 치과대학 학생들은 검진, 충치 치료 등을 담당하고 치위생과 학생들은 기구 준비, 스케일링 등 보조 역할을 맡는다. 환자들은 검진 후 이동식 치과 의자에서 치료를 받는다. “아냐, 무서워할 필요 없어.” 치과 치료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달래는 것도 학생들의 몫이다. 진료가 없는 날에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구강건강관리를 실천할 수 있도록 양치질 교육을 진행한다. 어린이들은 구강모형에 직접 칫솔질을 하면서 올바른 양치질 방법에 대해 배운다. 
루까는 현재 20명의 학생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봉사 면허를 가진 지도 교수의 교육을 받지만, 환자를 맞이하는 것부터 진료까지 전반적인 봉사는 학생들이 발로 뛰며 진행된다. 따라서 봉사는 전적으로 학생들의 몫이다. 또한, 학생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진료 봉사나 교육 봉사에 필요한 경비의 일부를 마련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루까를 찾아와 봉사에 참여할 정도로 모두 애정이 남다르다. 김 씨는 “수업 때 배운 것을 토대로 간단한 진료를 할 뿐인데, 환자들이 만족한 표정으로 ‘정말 고맙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때 가장 보람찬 것 같다”며 봉사를 통한 기쁨과 감사함을 전했다. “봉사를 통해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김 씨의 목소리에서 뿌듯함이 묻어났다.
학생들은 주요 활동인 정기 진료 봉사활동에서 간단한 진료만을 하고 있다. 병원에 구비된 장비가 아닌 이동식 치과 의료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학부생 수준의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진료에 한계가 있다. 김 씨는 가끔 심한 충치나 사랑니 발치로 찾아오는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 지도 교수에게 치료 방식을 더 배워서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고 싶다”고 전했다. 망원동 주민들은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는 이가 아파도 참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아플 때 당연히 병원에 갈 수 있기를 바라며 루까는 오늘도 사랑의 손길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