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가게, 문득 창고 문을 열다'의 나비다 씨 인터뷰

기자명 한지호 기자 (jiho2510@skkuw.com)

 

지금 당신의 느낌은 어떤가요. 혹시 당신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고 행동하는 일에 서툴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마음속 창고의 문을 두드려보세요. 그 안에는 당신이 바라봐주길 기다리는 느낌이 있을 거예요.

 

느낌 가게를 열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작업실로 이용하려고 했던 공간을 느낌 가게로 꾸민 거예요. 그런데 본업이 있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이곳을 내버려 두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공간을 활용해서 누구나 즐길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담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느낌 가게, 문득 창고 문을 열다’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
우리는 창고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른 채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잖아요. 창고 문을 열고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환기해 잊고 있던 정체성을 찾게 돼요. ‘아, 내가 그때 이걸 샀었지.’ 하면서요. 내면도 마찬가지예요. 중요해서 간직했는지, 필요 없는데 아까워서 보관했는지, 바빠서 모른 척했는지 모를 느낌들을 깊은 내면 안에 있는 창고에 넣어둔 거죠. <나니아 연대기>를 보면 옷장 문을 열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잖아요. 사실 그 새로운 세계라는 건 본인의 내면세계일 가능성이 높아요. 눈에 보이는 세계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영혼의 메시지나 자아의 소리를 발견하기는 힘들어요. 이런 소리들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다른 공간으로 통하는 문을 여는 행위가 될 수 있어요. 문을 여는 하드웨어적인 행위가 본인의 무의식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건드리는 거죠. 그래서 가게 이름을 정할 때도 사람들이 느낌 가게의 창고 문을 열면서 내면으로 통하는 문을 여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어요.

느낌 가게는 어떻게 이용하나.
느낌 가게에 오면 손님들이 자신의 느낌을 주문할 수 있어요. 느낌 가게에는 40개의 느낌 상자들이 있어요. 반은 긍정적인 느낌, 나머지 반은 부정적인 느낌이죠. 자신이 주문한 느낌 상자를 가져다가 열어보면 상자 안에 △‘나의 이야기’ △‘전하고 싶은 이야기’ △‘나에게 이 느낌이란 ○○이다’를 적을 수 있는 기록카드가 들어 있어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또는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며 본인과 같은 느낌을 고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본인이 적은 이야기를 이후에 같은 느낌을 고른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는 거예요. 상자를 통해서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 같아 혼자 왔어도 외롭지 않아요. 또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임에 참여할 수도 있어요. 느낌을 만나고 정체성과 자아를 찾는다는 큰 지붕 아래 누구나 모임을 제안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지금은 산책모임과 책모임을 진행 중이에요.

느낌 상자들이 선반 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 비어 있는 자리의 상자는 손님들이 이용하고 있다.

느낌 상자는 방문한 사람들의 기록들로 채워진다. 기록과 느낌은 상관관계가 있나.
제가 느낌을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이 있는데 적다보면 느낌이 글 안에 고스란히 드러나요. 부정적인 느낌부터 긍정적인 느낌까지 모두 글로 쓰다보면 구체적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말로만 하면 ‘그냥 싫어’로 끝날 수 있는 느낌이 글로 적으면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싫은 게 아니라 사실은 화가 난 거였고, 사실은 상대가 부러웠던 것일 수가 있거든요. 본인의 느낌을 글로 표현하고 다시 읽어보면 스스로가 중심이 되어서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 선택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애착이 가는 느낌 상자가 있다면.
절망상자요. 사람들이 상자를 고를 때 밝고 긍정적인 느낌의 상자들을 훨씬 선호해요. 특히 희망, 응원, 위로, 여유, 사랑, 설렘 상자가 인기가 많아요. 부정적인 느낌에서 오는 불안감, 불쾌감이 일단은 싫잖아요. 그래서인지 자꾸 소외되는 절망상자에 자꾸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30분 동안 흘릴 눈물을 20분 만에 멈추지 마라’는 말도 있잖아요. 본인 안에 부정적인 느낌이 있다면 충분히 다 바라보고, 느끼는 게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결국 무시해버린 부정적인 느낌들에 스스로가 잠식당하거든요.

자신의 느낌을 정확히 인지하는 과정이 왜 필요한가.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한 출발이죠. 정확하게 스스로를 자각하는 활동이에요. 요즘 사람들은 너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고만 하고 혼자 있는 걸 싫어하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정말 필요해요. 함께 있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타인들에게 본인을 맞추고, 내 느낌들을 뒤로 미뤄두게 되거든요. 슬픈데 기쁜 척하지 말고 ‘슬프다’라고 말하는 것. 이걸 분명하게 자각하는 것에서부터 본인의 주도성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내 느낌을 숨기고 속이고 다른 걸 흉내 내고 거짓되게 행동해봤자 주체성을 가지고 살지 못하면 답답할 수밖에 없어요. 자기를 돌아보고 정리하고, 내면의 느낌들을 만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