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여경 기자 (ssungvely@skkuw.com)

 

<21가지의 마음증상>
용기 부전, 꿈 소멸증, 상사병, 분노조절장치 실종, 작심3ill-ness, 외톨이 바이러스, 아르바이트라우마, 가족남남 신드롬, 피터팬 증후군, 스펙티쉬 강박증, 상실 후유증, 급성 연애세포 소멸증, 자존감바닥 증후군, 월요병 말기, 유행성 스마트폰 중독, 경력발달 장애, 열정 페이즈, 과민성 멘탈장애, 미래 막막증, 예민성 경쟁 과다증, 급여 상실증

몸이 아플 때 필요한 약은 약사에게, 마음이 아플 때 필요한 약은 ‘마음약방’ 자판기로 처방받는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치유 캠페인 마음약방 2호점은 혜화역 4번 출구 근처 대학로 서울연극센터 안에 위치해 있다. 특히 2030 청년세대를 위한 마음약방 2호점은 설문조사를 통해 청년세대의 고민을 살펴 21가지 마음증상을 재치 있는 병명으로 표현하였다.

2030 청년들을 위한 마음약방 2호점 자판기 모습
사진 | 장소현 기자 ddloves@


자판기에 500원을 넣고 본인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증상번호를 누르면 처방전이 나온다. 처방전에는 시, 도서, 그림, 요리 레시피, 영화, 희곡작품을 활용한 맞춤 처방과 대학로 산책코스지도, 비타민, 엿, 반창고 등 각 증상에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물품이 들어있다. 청년작가와 전문예술가 25명이 참가해 99종의 처방전을 준비했으며, 500원씩 모아진 기부금은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마음치유프로그램에 사용될 예정이다. 마음약방 자판기를 이용해본 김동영(행정 15) 학우는 “자판기가 신빙성이 느껴지고 접근성도 좋아 보인다. 외로운 마음에 ‘급성연애세포 소멸증’을 뽑아봤는데 고민에 맞는 해결책이 들어있는 것 같다”며 “각자의 증상에 맞게 잘 고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음약방의 컨셉을 참고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가볍게 위로를 건네는 식의 움직임이 우리 학교에서도 나타났다. 바로 지난 달 22일부터 23일, 경영관 1층 앞에서 이루어진 AIESEC SKKU(이하 아이섹)의 ‘마음의 청진기’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현재 청춘들이 공감하는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에서 기획되었으며 질문을 통해 세 가지 유형으로 분석하여 그에 맞는 ‘마음의 약’을 처방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의 제목, 가장 읽고 싶은 책, 가장 마음에 드는 글귀를 묻는 질문을 통해 ‘미래가 막막한 친구들에게’, ‘마음이 조급한 친구들에게’, ‘사람이 두려운 친구들에게’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마음약방의 마음증상 중 미래막막증과 꿈 소멸증을 참고해 ‘미래가 막막한 친구들에게’, 예민성 경쟁 과다증과 긴장불안 증후군을 참고해 ‘마음이 조급한 친구들에게’, 사람멀미증과 외톨이 바이러스를 참고해 ‘사람이 두려운 친구들에게’라는 유형을 설정했다. 마음의 약에는 각각의 증상을 힐링하기 위한 처방으로 영화, 책, 음악, 일러스트와 캘리그라피, 간식 등을 담았다.
아이섹이 ‘마음의 청진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섹 성균관 제공
아이섹 ‘마음의 약’ 처방전에 담긴 캘리그라피
ⓒ아이섹 성균관 제공

질문지와 유형, 마음의 약에 담긴 콘텐츠는 모두 아이섹의 마케팅부 6명의 손에서 탄생됐다. 이번 캠페인의 책임자인 정숙영(신방 15) 학우는 “흔들리는 대학생을 위해 아이섹의 키워드 ‘Youth’를 접목하고 ‘마음’에 초점을 맞추어 기획했다”며 “캠페인을 통해 학우들에게 스스로 마음상태를 진단해보고 생각해볼 기회를 준 느낌”이라고 말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지준녕(경영 11) 학우는 “색다른 체험이었고 마음의 안식을 되찾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막막하게 느껴지는 미래,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두려움 등 마음의 목소리를 들어본 이번 캠페인은 대2병을 앓거나 취업준비를 하는 학우부터 외국인 학우까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