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과캠 D.C.T Bar

기자명 김민진 기자 (kmjin0320@skkuw.com)

어느새 밤의 색깔이 칠해진 밤밭-문화의 거리는 저녁 시간을 맞아 찾아오는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찬 시끌벅적한 거리를 걷다 보면, 조금 한산해지는 골목 어귀에 보물처럼 숨겨진 칵테일 바가 하나 있다. 바로 D.C.T(Dreams Come True) Bar다. 그곳에서 호탕한 웃음소리로 기자를 반겨주는 가게 주인 임종선(35) 씨를 만날 수 있었다.

'D.C.T Bar' 사장 임종선(35) 씨.

D.C.T Bar는 2006년 7월에 영업을 시작해, 올해로 11년 차를 맞이했다. 목재로 지어진 가게는 안락하고 따스한 멋을 가지고 있다. 곧이어 벽에 붙어있는 영화 인물 스티커들과 우리나라에선 팔지 않는 외국 담뱃갑, 그리고 멋스럽게 진열된 애니메이션 피규어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세심하게 신경 쓴 가게 디자인은 아기자기하게 꾸미길 좋아하는 임 씨와 동업자의 취향 덕분이라고.
임 씨는 군을 제대한 직후 이곳에서 막내로 일을 시작했다. 처음 D.C.T Bar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밤밭-문화의 거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경찰서에서 ‘방범상’이라도 만들어서 줘야 한다는 농담도 했었어요. 아무것도 없는 거리에서 우리 가게만 새벽 5시까지 불 밝히고 영업하고 있었으니까요.” 초반 손님이 없던 한가한 시절엔 가게 앞에서 배드민턴을 하곤 했다. 손님이 오면 같이 치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 2007년 봄에 들어서면서 칵테일을 즐기기 좋은 가게라는 입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차츰 모이기 시작했다. 그 무렵 거리에도 건물들이 점점 들어섰다. 허허벌판이었던 거리가 번화가로 자리 잡는 과정을 임 씨는 모두 지켜본 셈이다.
10년의 세월이 지나며 거리가 번성하는 동안 단골들도 많이 생겼다. 인터뷰 도중에도 서너 명의 단골 학우들이 찾아와 웃음꽃을 피웠다. 단골 중에 반 정도가 우리 학교 학생이거나 우리 학교와 관련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한 친구는 10년째 여길 찾아와요. 성균관대 학생이었다가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이 돼서 찾아오는 거죠. 그래서 그 친구가 오면 넌 내가 키웠다고 장난을 치곤 해요.” 그는 그렇게 친해진 단골이 있으면, 영업이 끝나고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거나 밥도 먹는다고 했다. 야구 시즌에는 삼삼오오 모여 야구 프로그램도 같이 시청한다. “가게 직원들이 대부분 야구를 좋아하거든요. 전 한화 이글스 팬인데, 저를 제외한 직원들은 KT 위즈 팬이에요.” 짬이 나면 야구를 좋아하는 단골과 직원들이 모여 다 함께 야구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단골들이 이 가게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임 씨가 직접 만든 칵테일에 있다. “저희끼리 손수 연구한 칵테일들이 많아요. 또, 손님이 요구하시면 입맛에 맞춰서 음료 배합 비율도 조절해드려요. 그러다 반응이 좋으면 정식 메뉴로 올라가기도 하죠.” 실제로 가게에는 단골손님의 이름을 딴 메뉴도 존재한다. 혼자 온 사람도 편하게 술을 즐길 수 있는 안락한 분위기도 또 하나의 이유이다. “손님들의 아지트 같은 가게를 만드는 것이 제 운영 철학이에요. 서로 얼굴을 익히면, 길 가다 목마를 때 물 한잔 얻어먹고 갈 수 있는 가게가 되는 거죠.”
인터뷰가 끝나고 떠나려는 기자에게 임 씨는 손수 만든 칵테일을 권했다. 이것저것 추천하기에 바쁜 그를 보며 “장사는 대체 언제하나요?”라고 단골손님 한 분이 옆에서 짓궂은 장난을 친다. 정 많고 따뜻한 임 씨의 마음씨야말로 그의 칵테일을 더 달콤하게 만드는 특급 레시피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