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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될 수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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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호] 승인 2016.11.07  12: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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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주말 아침 아홉시가 되면 항상 나는 동네의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편의점으로 들어와 조끼를 입고 나면 나는 그 자리에서는 그저 편순이로 존재할 뿐이다. 담배를 뜯어 진열하고, 진열대를 청소하고, 매장 이곳저곳을 정리하면서 손님들을 응대하다보면 꽤나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어떤 어머니는 ‘편순이’인 나를 무시하며 아이에게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어린 나를 얕잡아 보는 몇몇 어르신과 중장년들은 반말을 내뱉거나 예의가 바르다는 맞지도 않는 칭찬을 읊조리며 내 손을 덥석 잡아 주물럭거리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편순이’라는 이유로 받고 있는 스트레스와 일련의 사건들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 나는 이 문제들이 편순이라는 나의 지위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고 바라보며 나의 스트레스를 감내했다. 그렇다고 편순이 라는 굴레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지위의 평가 아래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는 ‘착한 딸’이 되어야 한다. 부모님의 입맛에 맞는 그런 이상적인 모습으로. 먼 거리를 오고 다니면서 학교생활을 이어가지만 좋은 성적에 통금을 지키는 그런 딸이 되어야 한다. 부모님은 자신의 이상을 투영하듯 나를 하나의 갈라테이아로 만들고 빚어나가고 있다. 내가 이전에는 어떤 모양이고,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10대 시절에 이미 사라져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조신하고 예쁜 말을 하는 모습이 과연 나의 진정한 모습일까. 나는 그 기대에 맞추는 과정 속에 나 자신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내 주위, 그리고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갈라테이아들이 있다. 이른바 ‘알파맘'들에게 조종당하면서 자신의 꿈이 아닌 꿈을 꾸는 학생들이나, 사회가 만든 성공의 프레임에 갇혀 자기가 원하지 않는 길을 걷는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 말이다. 이렇게 꿈을 잃고 자신을 잃은 사람들은 이미 지위의 지배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지배의 가장 큰 원인이 나는 ‘잘못된 선입견’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손님이 왕'이라는 말은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는 말이지만, 이제 알바를 함부로 대하는 상황의 좋은 근거가 되어버렸다. 이처럼 우리는 갈라테이아인 동시에 피그말리온일지 모른다. 선입견에 의해 평가 당하고 무시당하고, 그 선입견을 강요당하는 동시에 또 그것을 기준으로 사용해 남들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한 나를 되찾기 위해서는 이런 선입견을 지양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러한 선입견을 지양한다면, 우리는 타인을 지위를 가지고 평가하지도, 그리고 평가 당하지도 않으며 우리 자신을 잃을 일도 없을 것이다. 만약 사회가 정한 프레임에 갇혀 억압받는 기분이 들어 힘들 때에는 그 프레임에 맞섬과 동시에 자신도 그 프레임에 동참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반성과 실천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윤영지(인과계열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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