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철수의 행복한 데이트> 김유희 감독 인터뷰

기자명 유하영ㆍ홍정아 기자 (webmaster@skkuw.com)

‘제9회 2016 서울 노인영화제’가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성북구 아리랑 시네 센터에서 열렸다. 서울시와 서울 노인복지센터가 주최한 서울 노인영화제는 만 60세를 기준으로, 노년 세대의 자유 주제 부문과 젊은 세대의 노인주제 부문으로 구성된 단편경쟁영화제이다. 영화를 통해 새로운 노인문화를 만들어 가고,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영화제 본선에 진출한 20개의 작품 중, 노인 부문 영화 <철수의 행복한 데이트>의 김유희 감독을 만났다. 올해 66세인 그는 고등학교에서 국사 교사로 근무하다 3년 전 정년퇴임하고 난 뒤 영화에 빠져들었다. 지금 하는 일이 참 재미있다는 김 감독. 신노년층의 한 사람으로서 신노년문화를 즐기고 있는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만들고 간 주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 제작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활동들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어느 날 아침, 공원에 산책하러 나갔는데 벤치에 가만히 앉아서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이 참 서글펐고, ‘나도 저렇게 보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에버영’이라는 노인 대상 기업에서 사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일을 시작하게 됐다.
또한 그는 성남 미디어 센터의 시니어 영상 제작단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성남 시민의 화합과 소통을 목적으로 영상을 만드는 동아리다. 교직에 있으면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접했고, 그렇기 때문에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제작한 영상을 통해 사람 간, 세대 간의 원활한 소통을 돕고 싶었다.

제작한 영화 <철수의 행복한 데이트>에 대해 소개해 달라.
이번 영화제에는 에버영 영상 제작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제작한 <철수의 행복한 데이트>를 출품했다. <철수의 행복한 데이트>는 7분 50초의 단편 영화로 가족 간 소통의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영화에는 철수와 그의 부인, 철수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철수의 아내는 어머니에게 무심한 남편이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운다. 남편과 일부러 다투고 난 뒤 문자로 데이트 약속을 잡고, 시어머니를 대신 내보내는 것이다. 철수는 아내 덕에 어머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마냥 행복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영화에서 가족 소통의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얘기하고자 했다. 현실적으로 아내가 시어머니와 남편이 데이트할 수 있게끔 도울 정도로 관계가 좋은 가정이 어디 많겠는가. ‘우리 가정도 이렇게 행복한 가정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철수의 행복한 데이트> 스틸컷.
ⓒ서울 노인영화제 홈페이지 캡쳐

영화제작팀의 동료들도 모두 노인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특히 힘든 점이 있었나?
에버영 영화 제작 동아리의 동료들과 시나리오를 쓰는 것부터 촬영까지 함께 작품을 제작한다. 제작팀의 평균 나이는 63~64세 정도이다. 나이가 있다 보니 시력 등 신체적인 문제 때문에 젊은이들보다 배우는 속도가 더뎠다.
나도 영상에 대해 전혀 몰랐었다. 미디어 센터에서 처음으로 영상 제작 방법을 배웠고, 유튜브 동영상으로 따로 공부해온 것이다. 동영상을 보며 기술 하나를 배울 때 서너 시간씩 걸리기 때문에 오랜 끈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려서 무엇인가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 의미도 있고, 살아가는 즐거움을 준다.

주최 측에서 밝힌 서울노인영화제의 의의가 제대로 실현된다고 생각하나.
어느 정도는 달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인들이 무언가 시도할 기회를 제공하고, 살아가는 의미를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상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렇게 친구와 시사회에 가고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노년에도 활발히 활동하면서 좋은 점은.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시간에 쫓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걸 그만 두면 어디가지?’라는 생각에 바빠도 일을 못 놓겠더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자주 접하지만, 나이가 제약이 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순간순간은 즐겁고 활기찬 노년을 보낼지라도 대부분의 노인은 점차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하고, 남들에게 무기력한 노인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있는 것 같다. 그것을 극복하려고 이러한 활동들을 많이 하는 것이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절반 정도는 경제적, 신체적 문제로 인해 활동을 많이 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년층이 밖으로 나와 활동하는 것이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활력소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일하고 있는 에버영이나 성남 미디어센터, 서울노인영화제처럼 노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나갈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좋은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