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하영 기자 (melon0706@skkuw.com)

사회부에서는 두 번의 연재 기획을 통해 ①바람직한 노년기를 위한 노력과 ②우리 사회의 심각한 노인 문제를 조명하고, 모든 노인들이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고 주체적인 존재로서 신노년문화를 영위할 수 있는 사회 만들기에 기여하고자 한다. 

 

00옹(翁), 00영감, 0노인, 00어르신.
방송에서 무기력하거나 지친 모습을 보이는 경우 늙은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자막으로 빠짐없이 등장한다. 여전히 ‘노인’은 무기력한 존재, 창작이나 혁신과는 거리가 먼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노인은 무기력하다’는 인식의 틀을 깨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 노인영화제 로고

‘신노년층’이란 기존의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노인 이미지를 탈피해 여가·취미생활에 관심을 가지며, 보다 주체성을 갖춘 세대이다. 미국에서는 1998년 로우와 칸이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라는 개념을 내세워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하고 노년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이후 ‘신노년’이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한국노인종합복지관 협회가 전개하고 있는 신노년문화 운동 ‘시니어 코리아’는 △공헌하는 △자립하는 △존경받는 △지혜로운 노인을 바람직한 신노년의 모습으로 제시한다. 김동배 전 연세대 교수는 사설 ‘신노년문화시대의 도래’에서 신노년층이 향유하는 ‘신노년문화’를 ‘보다 자립적이고 적극적으로 살고자 하는 노인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지칭하며 신노년문화가 정립되어야 노인이 복지의 대상이 아닌 복지의 주체로서 인식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는 노인이 주체적인 존재가 되는 신노년문화가 완전한 정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노인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기 때문이다. 강남구립 논현 노인종합복지관 측은 “지난해 9월 1일부터 20일까지 지역 내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을 때 지역주민들의 대다수가 노인 세대를 ‘부정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세대’, ‘의사소통을 하기 힘든 상대’라고 답했다”며 아직은 많은 이들이 노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노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단편 <청춘꽃매>의 감독과 배우들
ⓒ서울노인복지센터 제공

신노년문화 정립을 위한 노력
그러나 계속해서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신노년문화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노년반격’과 ‘놀고 it 수다 토크쇼’의 예시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았다.

음악 오디션 ‘노년 반격’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만 생각했던 음악 오디션이 노인을 찾아갔다. ‘노년반격’은 지난 2월에 ‘나우(NOW)프로젝트’에서 추진한 시니어 뮤지션 발굴 프로그램으로 가수 이한철 씨와 한국에자이, 우리마포복지관이 공동 주최, 주관했다. ‘노년반격’의 기획자 서정주 씨는 “음악을 통해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노인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노인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노인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었기 때문에 참여자와 후원자 모두 호응이 좋았다. 내년에도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노년반격’을 통해 선발된 '실버그래스’ 밴드는 현재 다큐멘터리와 라디오 출연,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으며 SBS <판타스틱 듀오>에도 출연하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나우 프로젝트 노년반격의 대표 이미지
ⓒ노년반격 대표이미지 캡쳐

토크쇼 ‘놀고 it 수다’
지난달 2일 평촌 아트홀에서 ‘놀고 it 수다: 호모루덴스의 귀환’ 토크쇼가 열렸다. 5060 세대의 놀이문화를 소재로 삼아 ‘100세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토크쇼다. 70대 초반인 한 참가자는 “내가 노인인 만큼 노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참가 의도를 밝혔다. 행사 중간에는 스포츠댄스 아마추어 동호회의 공연이 펼쳐졌다. 70대를 넘긴 노인들도 있었지만 춤출 때의 눈빛은 그 어느 젊은이보다도 맑고 또렷했다. 동호회 회원들은 “집에만 있다가 주민 센터에서 댄스 스포츠를 하면서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이제는 나이를 잊고 산다”며 “다른 분들도 취미 생활을 통해서 활기찬 노년을 즐기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신노년문화의 필요성 및 바람직한 방향
‘노년 반격’의 서 기획자는 “신노년문화는 미래를 대비하는 활동”이라며 “주체성을 강조한 신노년 모델을 제시하면 자아실현의 문제 등 미래에 발생할 노인 문제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신노년문화를 이룩하려면 경제적인 생산성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엄기욱 교수는 <한국노인복지학회 2015년도 춘계학술대회>에서 ‘성공적 노화’ 개념은 생산성을 기준으로 노화의 성공을 평가하기 때문에 성찰적인 노년문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강남구립 논현 노인종합 복지관 측은 “진정한 ‘신노년문화’란 경제적 풍요로움에서 향유되는 것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통해 즐거움을 찾는 것”이라며 바람직한 신노년문화를 위해서는 금전적 여유의 확보가 아니라 스스로의 주체성 확보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