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음악 감상 동아리 '음취헌'

기자명 유은진 기자 (qwertys@skkuw.com)

우리 학교 자과캠 복지관 3층 사진관 옆에서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소리가 흘러나온다. 학생회관이 아닌 이곳에 홀로 있는 음취헌은 88년에 문을 연 고전음악 감상 동아리로, ‘음악에 취하는 곳’이라는 뜻을 가졌다. 동아리연합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서 학우들이 자치적으로 꾸려 나가는 중이다. 평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모든 학우들에게 개방하고 음악을 감상하며 쉬고 싶은 모든 학우들을 환영한다. 실장을 인터뷰하러 왔다고 말하자 “같이 들어도 되냐”며 주변으로 모여 앉는 실원들. 이곳의 실장직을 맡고 있는 최한힘나라(수학 15) 학우(이하 최 실장)와 실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음취헌은 말 그대로 고전음악 ‘감상’ 동아리다. 넓은 동아리방 안에는 소파와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 찾아오는 학우들은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고 생각하고, 편히 앉아 자유롭게 각자의 일을 하면 된다. 잠도 자고, 과제를 하거나 책을 읽기도 한다. 교내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교외 활동도 한다. 실원들끼리는 매 학기마다 함께 다양한 공연을 보러 간다. 클래식 연주회뿐만 아니라 발레 공연을 보기도 한다. 또, 매년 작게 연주회도 연다. 일반 학우들도 참여할 수 있는 이 연주회는 내년에 3회를 맞는다.

음악을 즐기며 각자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음취헌 동아리방 풍경.
ⓒ음취헌 제공

활동은 자과캠에서 이루어지지만 인사캠 학우들도 참여할 수 있다. 거리가 멀어 인사캠 학우들이 찾아가기 힘들 뿐, 음취헌은 제한 없이 모두에게 열려 있다. 자과캠을 방문하게 된다면 음악을 듣다 가도 되고, 연주회에 외부 참가자로 등록해도 된다.
한편, 동아리의 힘든 점으로 최 실장은 학교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학우들의 관심이 적다는 점을 꼽았다. 동아리연합회 소속이 아니라서 학교 지원은 전혀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동아리 운영은 실원들의 회비와 선배들의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다행히 실원 수는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일반 학우들의 관심은 부족하다. 지금은 고전음악 자체가 인기가 없기 때문에 본래 동아리 목적인 고전음악 감상 말고도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게 개방하는 등 외적인 요소를 활용해 학우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가입 동기와 음취헌의 매력을 묻자 실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덧붙인다. 선배에게 이끌려 가입하게 됐다는 한 실원은 음악 감상평을 공유하며 추억을 만들어가는 게 즐거워 이곳을 떠나지 않기로 결심했다. 클래식을 진심으로 사랑해 가입한 실원이 있는가 하면, 피아노를 좋아해서 피아노를 치러 들어왔다 정이 들어 정착한 실원도 있다. 마지막으로 최 실장은 이곳이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치회라는 것을 매력으로 꼽았다.
음취헌은 ‘둥지’다. 얼마 전에 복학했다는 한 실원의 말이다. “친구들은 졸업하고 혼자 남아 외톨이가 될 수도 있었지만 후배들이 붙임성 있고 관심사가 같아 금방 정을 붙였다”고 덧붙였다. 보통 복학 후 동아리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을 마음의 안식처로 삼은 음취헌 실원들은 대부분 돌아온다. 언제든 돌아올 곳이 있어 좋다며 다른 실원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도 잔잔한 음악소리와 실원들의 이야기 소리가 계속 섞여 들려오는 곳, 음취헌은 단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