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역대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이 시기에 진부한 단어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매년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상대방을 깎아 내리고 갈등을 조장하는 풍문들이 퍼졌기 때문이다. 선거철이다.
스파링은 언제나 상대방이 명확할 때 벌어진다. 때리기 좋은 샌드백은 재미없다.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선거운동본부는 상대선거운동본부라는 거대한 기함을 쓰러뜨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먹을 뻗는다. 상대방보다 역량이 낮은 선거운동본부일수록 상대방을 깎아 내리려는 유혹에 더 취약하다. 그 과정에서 관전하는 학생들은 더티 복싱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학생회는 학생이라는 관객과 신뢰라는 입장료 수입을 잃어버리게 된다. 총체적 난국이다.
정치 선진국이라는 미국도 우리 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시기적인 측면에선 성균관대가 한발 앞서 나간다는 느낌도 든다. 2015년 총학생회 선거를 지켜본 학생들은 2016년 힐러리와 트럼프의 대선에서 무언가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데자뷰를 느꼈을 것이다. 이메일 스캔들. 성추문. 비호감과 비호감의 대결. 진부한 이슈다.
사실 현 선거 시스템과 세칙이 이러한 과열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91년 학생총회 이후로 크게 바뀌지 않은 세칙은 현재 선거 방식에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실제로 중앙성거관리위원회의 힘이 비정상적으로 강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쪽 선거운동본부의 등록 자체를 거부하고 본인에게 우호적인 선거운동본부를 단일 선거운동본부로 추대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세칙의 엄격한 적용이 빚은 촌극이다. 엄격한 세칙 적용은 선거운동본부로 하여금 선거운동을 열심히 해 학우들의 신뢰를 얻기 보다는 엄격한 선거운동세칙의 잣대를 들이대 상대선거운동본부의 꼬투리를 잡는데 역량을 쏟게 한다. 범죄자의 딜레마다. 이 딜레마 안에선 먼저 잡아서 먼저 푸는 자가 승자다.
그렇지만 이 글은 현재까지 성균관대가 겪었던 이런 암울했던 상황에 대한 비판의 논지로 작성한글이 아니다. 오히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긍정적인 현상에 관하여 학생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취지로 작성한 글이다. 1주차 선거가 마무리 된 이 시점에 예년과 같은 파열음이나 경고 누적 탈락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도 작년과 비교해보면 명확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견제와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선거과열을 잘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 당사자들도 작년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실망과 부담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과열보다는 정책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뢰와 소통, 그리고 협치는 정치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학생들과의 신뢰관계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추운 겨울 고생하는 학생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수업에는 제대로 들어와줬으면 하는 소박한 소회로 마무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