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IT직업전문학교 게임기획학과 이홍섭 교수

기자명 유은진 기자 (qwertys@skkuw.com)

 

한국IT직업전문학교 게임기획학과 전공생들은 학생인 동시에 개발자다. 학생들은 최근 VR 게임을 만들어 졸업 작품으로, 국제게임전시회 참가작으로 출품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무엇이 VR에 적합하고 또 적합하지 않은지 이미 많은 정보가 시중에 나와 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시행착오를 통해 직접 경험해 보기를 권하고 있다고 게임기획전문가 이홍섭 교수는 전했다. 때문에 학생들이 현업에서는 잘 시도하지 않는 무모한 VR 게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를테면 상하 굴곡이 심한 나선형 통로에서 종유석으로 된 기둥 사이로 뛰어다니며 외계인과 싸우는 *FPS 게임 같은 것이다. VR 게임의 영향과 전망에 대해 이 교수에게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VR 게임 수업을 듣고 있는 게임기획학과 학생들.
ⓒ이홍섭 교수 제공

VR의 오락적 기능이 VR 문화 정착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VR 자체에 대한 사용자들의 거부감을 없애는 역할을 할 것이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 사용자들에게 친숙함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윈도우 운영체제에는 지뢰찾기나 카드게임 등의 간단한 게임이 있어 사용자가 컴퓨터 사용 환경에 적응하도록 유도한다. 마찬가지로 VR을 이용한 게임과 영상 등의 오락적 기능은 많은 사람들이 VR 환경에 친숙해지도록 도울 것이다.

일반 PC게임이나 스마트폰 게임과 차별화되는 VR 게임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VR 게임은 현장감과 공간감에 대한 체험의 질이 다르다. 모니터는 아무리 3D영상이라고 하여도 프레임 너머의 세계를 비춰주는 창에 불과하다. 반면 VR은 그 창 너머의 세계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VR 게임의 장르에는 어떤 것이 있나.
아직 VR 게임만의 장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없다. 조금 더 다양한 VR 게임이 나온다면 장르의 구분이 자연스레 이루어지겠지만 아직 VR 게임 시장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별도의 장르를 구분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다. 다만 재미있는 점은 VR 게임으로 만들어지면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장르 중 하나인 FPS가 정작 실제로는 생각만큼 선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용자의 움직임이 많아 가장 멀미가 심하기 때문이다.

VR 게임을 할 때 사용자가 특히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멀미와 눈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 멀미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멀미가 특히 심한 사람은 움직임이 많은 게임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VR 기기를 착용하면 화면이 눈에 매우 가까이 닿게 되기 때문에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건조해진다. 뿐만 아니라 시야가 차단되므로 주위에 위험할 수 있는 물건을 치우고 이용하거나, 자리에 앉아서 게임을 즐기는 것을 권장한다.

VR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체감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면 무엇인가.
현재의 VR 게임에는 오감 중에서 시각과 청각의 활용 비중이 높다. 문제는 VR 게임의 현장감이 뛰어난 만큼 다른 감각들과의 괴리도 심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생생하게 보이고 들리는 것에 반해 정작 손에 만져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하거나 촉각을 전달하기 위해 많은 하드웨어가 개발 중에 있다. 또한 앞서 말한 멀미 문제도 해결되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VR 게임을 처음 접해보는 대학생들에게 기기나 장르를 추천해달라.
가장 손쉽게 VR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구글 카드보드에 스마트폰을 끼우고 무료 배포되는 VR 앱을 재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품질 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추천하지는 않는다. 이로 인해 VR이 그저 그런 경험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콘텐츠 중에서라면 △관람 △여행 △우주 △탑승 형태의 게임을 추천한다. 편안하면서도 VR의 특징을 살린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종류의 게임은 어디서 체험할 수 있나.
G-Star와 같은 게임 전시회를 방문·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열리는 최대 규모의 게임문화제로, 올해는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다. 많은 업체와 학교에서 VR 게임을 가지고 나와 전시하기 때문에 최신 VR 기기와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사도우미

◇FPS=First Person Shooter의 약자로, 사용자 1인칭 시점에서 적을 쏘는 방식을 말한다.
◇구글 카드보드=구글에서 제정한 규격대로 카드보드(골판지)를 조립해 만드는 저가의 VR 장치. 조립 후 스마트폰을 꽂아 눈에 대고 사용한다. 골판지, 볼록렌즈, 자석으로 구성되어 있어 저렴하고 진입 장벽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