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은진 기자 (qwertys@skkuw.com)

 

VR은 가상현실을 의미하는 Virtual Reality의 약자다. 이는 특수한 장비를 사용해 인간의 감각을 자극함으로써 컴퓨터 프로그램을 현실처럼 유사 체험하게 하는 기술과 그 안에 구현된 세계를 통칭하는 말이다.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몸의 감각을 속이는 장치는 오래 전부터 계속 고안되어 왔다. 오늘날의 형태를 갖춘 VR 기기는 1990년대에 재론 래니어라는 철학자와 톰 짐머만이라는 연구자에 의해 처음 출시되었다. 하지만 기기의 기능은 소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VR에 대한 관심은 점차 사그라졌다. 이후 VR은 같은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한동안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며 군사, 산업,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게임기와 스마트폰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VR을 보다 저렴한 비용에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게임기와 스마트폰에 VR 기기를 연결만 하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가상현실 세계로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접근이 쉬워지면서 동시에 VR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 관심도 높아졌다. 이에 힘입어 VR은 산업현장을 벗어나 일반 시민들 앞에 다시 등장했다.
지금 VR은 전문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민간에 오락 목적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VR 기기를 사서 스마트폰을 연결하기만 하면 바로 VR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으며, 따로 기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VR 카페나 테마파크를 방문해 체험하는 방법도 있다. 이들 체험관은 특히 VR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이 부담 없이 방문하기 좋다. VR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해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또는 무료로 민간에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 중국의 VR 체험관 이용료가 대개 10분당 한화 약 5000원에서 1만원 사이로 책정된 것을 감안하면 확연히 큰 차이다. 서울 강남구의 ‘VR+카페’는 VR 기기 이용료는 받지 않고 대신 카페 음식 메뉴로만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부산에 위치한 ‘VR 플러스 테마파크’는 1만 5000원의 입장료만 내면 구비된 모든 VR 기기를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들 체험관이 서울과 부산 등 일부 지역에만 한정됐다는 아쉬움이 있다. VR이 세계적으로 대중화되는 추세이나 아직 우리나라에 개장된 VR 체험관 수는 적다. 관련법과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제약이 많아 사업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VR 체험관 시설 문제가 해결되면 다음 과제는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것이다. 해외의 큰 게임회사들이 앞다투어 콘텐츠 개발에 뛰어들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아직 미진하다. 이런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17일부터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대전'을 개최해 다양한 VR 기기를 선보인다. 한국IT직업전문학교에서는 학생 개발자들이 VR 게임을 개발해 졸업작품전시회는 물론 국제게임전시회 ‘G-STAR’에 출품하는 등 VR 시대를 따라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