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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추락을 애도하다
이호성 기자  |  doevery@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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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호] 승인 2016.11.15  01: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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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광화문 광장에 촛불집회를 하는 국민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 | 백미경 기자 b.migyeong@ 

독자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안녕이라는 간단한 인사말조차 물어보기 조심스러운 시국입니다. 지난 한 달, 대한민국은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깊고도 넓은 국정개입은 현시대에서는 도저히 발생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이었기에 온 국민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 나라는 누굴 위해 존재하는 국가이며, 정치권자들이 누굴 위해 정치를 행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된 현실에 국민들은 분노했습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계뿐만 아니라 의료계, 연예계까지 뿌리 깊게 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부정부패의 모습에 개탄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지난달 29일 청계광장에서는 촛불집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 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하였습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일지라도 이제라도 바로잡고자 하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였죠. 광장에 모인 이들은 한 목소리로 국가 최고통수권자로서 제 역할을 못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최순실 씨를 비롯한 국정농단에 연관된 자들을 규탄했습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에 이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진정성 없는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여겨진 박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일, 촛불을 든 20여만 명의 국민들은 다시 한 번 청계광장에 모였습니다. 평화적으로 진행된 촛불집회에는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과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많았습니다. 집회에서는 남녀노소 모두가 ‘박근혜 대통령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세 아이의 어머니라는 한 연설자의 “아이들에게 보편적 가치를 가르칠 수 없게 됐다”는 발언은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들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대학가에서도 박 대통령의 하야와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지역을 막론하고 대학가는 이번 사태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시국선언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26일에 시작된 우리 학교 교수진들의 시국선언을 기점으로 △광운대 △서울대 △중앙대 등에서는 교수진들이 앞장서서 시국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시국선언에 이어 대학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위를 계속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굿의 형태로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파문을 규탄하는 내용을 표현하였고, 우리 학교는 지난 8일 인사캠 정문 앞에서 ‘민주주의가 빛나는 밤에’라는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주최자들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를 나타내는 가면을 쓰고 상황극을 통해 현 세태를 풍자했고, 참여자들과 함께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대학생들은 동맹휴학을 선포하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인권네트워크 사람들’ 관계자와 대학생 20여 명은 우리 학교 인사캠에서 ‘거리로 나서는 동맹휴학’ 호소문을 발표한 후,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그들이 입은 검은 옷은 민주주의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뜻이었죠.
본지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대한 특집을 기획하여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학우들과 교수진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지난 7일부터 인사캠, 자과캠의 40여 개의 학생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고, 교수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학내에만 국한되지 않고자, 지난 5일과 12일에 진행된 집회에 참여하여 그 생생한 현장을 담았습니다.
혼란스러운 시국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기에 희망이 있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는 말했죠.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오직 선한 자들의 무관심이다.” 앞으로 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대국민적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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