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0여 년 동안 성균관대학에서의 생활은 대학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의미는 다른 어느 집단과도 차별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고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자체가 행복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대학을 생각하면 본질적인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 권력에 굴복하고 연구비에 농락당한 대학들의 입시 부정과 학사 관리가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학이 이름에 걸맞는 모습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대학은 학문을 하는 집단이다. 순수학문이든 실용학문이든 대학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수하고 익히면서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가야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대학은 취업을 첫 번째 목표로 하는 집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일에 충실하고, 취업은 학문의 성취자를 채용하는 선순환 구조는 사라졌다. 오히려 취업만이 교육 목표가 되고 있다. 심지어는 학원이 대학을 대신하는 기이한 현상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밤늦은 시간에 지친 모습으로 학원문을 나서는 대학생보다는 캠퍼스 잔디위에 누워 학문을 논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교실 한구석에서 소리 높여 자신의 이론을 설득하고 토론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미래를 발견해야 한다. 
둘째로, 대학은 사람을 양성하는 집단이다, 단순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시대를 이끄는 리더를 양성함으로서 대학의 의미와 가치를 존중받아야 한다. 리더는 자신에 앞서 남을 배려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 즉 공선사후(公先私後)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조선의 성균관 시절부터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 구현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린 선배들은 대학이 만들어 낸  인재들이었으며, 민주주의를 창출한 이들도 대학이 배출한 자산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자존심을 생명만큼이나 소중히 여기는 집단이다. 그러나,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검찰이 대학을 수사하는 지경에 이르도록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런 결과를 자초하는 세월을 살아왔다. 금권과 권력의 시녀가 되어 학문의 우월성과 순수성을 지켜내지 못한 결과가 오늘날 대학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린 셈이다. 이제라도 대학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자체적인 평가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연구비 총액과 논문 편수를 헤는 일은 중단하고 학문과 지성을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는 문화를 성숙시켜야 한다.
대학의 본질을 잃어버린 이유를 찾기 위해 급급하거나, 일부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교수, 직원, 학생 모두가 책임을 통감하고, 잃어버린 대학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대학이 병든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아직 사망선고를 받지는 않았기에 희망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대학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고 스스로 존경받는 집단으로 거듭난다면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를 살려낼 수 있다.
아마도 이런 글을 쓰는 필자를 “역시 현실을 모르고 이상에만 머물러 있는 교수”라는 평가를 듣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학의 존재 가치를 위해 20여 년을 성균관과 함께 했고 남은 5년도 대학의 자존심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작은 노력이 대학의 본질을 되찾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