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사람은 하루 동안에도 많은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며 계획을 곱씹기도 하고,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시계를 바라보며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거나, 인터넷 기사를 읽으면서 혀를 몇 번 차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한탄한다. 이처럼 생각의 방향과 무게는 다양하다. 하지만 그 많은 순간 중에서도 가장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순간은 단연 자기 전 이불 속이다. 나는 하루의 일을 마무리하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으면 우선 내가 지금부터 몇 시간 잘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는 빨리 자야지 하다가도 오늘 내가 한 말과 내가 만난 사람, 또는 내가 내일 해야 할 일 등을 곱씹는다. 이렇게 잠들기 전 머릿속에 부유하는 많은 생각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내가 한, 또는 했을지도 모르는 실수들이다.
흔히 이불킥을 찬다고들 한다. 자기 전에는 어쩜 타이밍이 짜여있기라도 한 건지 내가 했던 지난 실수나 부끄러운 일들이 불현듯 떠오른다. 시기는 다양하다. 내가 어제 한 말실수부터 어릴 때 부끄럼도 없이 한 장난까지 기억이 닿는 순간이라면 언제든. '내가 그때 왜 그랬지' '그러지 말걸' '미쳤어 진짜' '어우 쪽팔려' 그렇게 누군가에 대한 미안함과 나 자신에 대한 자책, 그리고 부끄러움에 잠기다 보면 불현듯 기억은 잠에 빠져들고 다음 날 밝아오는 아침에 잊힌다. 생각의 흐름은 매일 다르지만 지난 나의 실수나 잘못을 떠올리게 되는 방향은 비슷하다.
가장 편안해야 할 시간에 그런 불편한 생각들이 떠오를 때면 보통 애써 생각을 지우려고 한다. 하지만 생각이라는 건 청개구리 같은 점이 있어서, 하지 말자 하면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만히 그때의 나를 생각한다. 나의 미숙함이 빚어냈던 말과 그 때문에 상처 입었던 상대방의 표정. 서툴렀기에 앞뒤 가리지 않았던, 그때보다 덜 서툰 지금의 내가 보면 너무도 창피한 행동들. 정말 가끔은 과거로 돌아가서 그때의 나를 말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일은 돌릴 수 없다. 과거의 내가 부끄럽고 야속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때의 내가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난날의 나를 나무라기도, 때로는 원망하기도 할지언정 미워하진 않으려 한다. 내 미숙한 실수가 과거를 돌아보는 지금의 ‘덜’ 미숙한 나를 만들었고, 서툴렀던 행동이 경험이라는 밑거름이 되어 신중을 길렀음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잠들 오늘도 어쩌면 어릴 적 아니면 지난주의, 또는 어제의 나에 대한 후회나 부끄러움을 떠올릴 것이다. 오늘의 나를 언젠가 자기 전 떠올릴 수도 있을 테고. 하지만 나는 그 생각들을 애써 피하지도, 거부하지도 않는다. 전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어쩌면 이런 일련의 부끄러움과 자책들이 시간이 흐르고 흘러 머릿속의 익숙한 자장가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과거의 나를 떠올리는 지금의 나를 생각하고, 미래에 더 나아질 나를 기대하려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자기 전에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과거의 나를 마주하고 현재의 나를 갈무리하는 조용하고 어두운 나만의 시간을 가지러.

김희진(독문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