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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구호, 같은 함성
이소연 편집장  |  ery347@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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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호] 승인 2016.11.28  13: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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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도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대학생 시위에 취재차 참여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뺨이 얼얼해지는 날씨에, 마로니에 공원에 모인 사람들은 모인 지 한 시간쯤 후에 도로를 걸으며 행진하기 시작했다. 학보사 생활을 하면서 시위 취재에 나간 것은 여러 번이었지만, 이번 시위에 참여하면서는 꽤 놀랐다. 시위 때 도로로 행진하는 것은 경찰의 협조하에 이뤄지는 것이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교통이 통제된다는 불편함에 버스와 자가용을 타고 있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들리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겉으로는 꽤 무심한 듯 횡단보도에 서 있는 시민들은 시위대의 구호를 외치며 따라 했다. 도로 한 차선이 막혀 운행이 불편했을 법도 한 택시기사도 창문을 내려 힘내라고 외쳤다. 호응해주는 시민들에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들도 환호했다.
시위는 당일 밤에 바로 뉴스로 보도됐다. 이 시위뿐 아니라 다른 촛불집회 등과 더불어 청년층의 시위 참여가 활발하다는 보도였다. 시위 현장에 대한 설명과 끝에는 참여한 학생의 멘트로 이루어진 흔한 보도구조였다. 다만 기사에서 청년층이 시위에 나온 이유는 비선 실세로 거론되는 세력의 대입 특혜 의혹에 대한 분노 때문으로만 분석됐다. 기사 속에서 다른 이들은 책임자를 처벌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으로 여겨졌지만, 청년층은 민주주의의 수호를 외치는 대열에서는 제외됐다. 일부 댓글은 청년들이 이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나선 것으로 곡해하기도 했다.
현 청년층은 전쟁이나 독재, 급속한 산업 성장의 시기를 직접적으로 겪지 않은 세대다. 어떤 이들은 이와 같은 이유에 청년층의 투표율이 낮다는 말을 덧붙여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라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현 청년층은 흔히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를 이르는 말인 ‘밀레니얼 세대’로 지칭된다.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신흥소비인구로 주목되지만, 성장하면서 경제위기를 겪은 탓에 이들의 정치적 지향성은 경제적 이권을 줄 수 있는 정당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물론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분석은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하다. 다만 얼마 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것이 트럼프의 배타적 경제정책을 맹렬히 지지하는 밀레니얼 세대 덕분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는 것을 보면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이러한 일각의 시선이 있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청년층이 정치적 사건에도 경제적 가치만을 대입해 셈을 하고 있다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에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낀다.
다시 시위 현장으로 돌아가 보자. 부당한 특혜를 누린 이들이 있다는 것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청년층이 거리에 나선 건 부당한 특혜에 대한 분노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나선 이들도 ‘그들이 나의 밥그릇을 뺏기 때문’ 이라는, 단순한 셈법에 의해 나선 것은 아닐 것이다. 헌정 질서를 뒤흔들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떨어뜨린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국민’이기 때문에 분노했다. 시위에 나선 학생들도, 학생들을 보고 환호한 시민들도 같은 시민이자 국민이라는 동일 선상에 서있다. 청년층이 행동에 나선 것을 보도하면서도 ‘5포세대’. ‘7포세대’를 연결지어 행동의 이유를 특정 가치에 왜곡되게 국한하는 보도를 더 이상 볼 수 없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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