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독소란 생물체 및 생물체의 대사과정에 악영향을 주는 물질을 말한다. 자연에는 특이적으로 이런 유해한 독소를 가진 생물이 많은데, 다양한 식물, 해양 동물, 진균류, 버섯, 특정 조류 또는 미생물들이 독소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약 20~30%의 관련 생물체의 독소만이 연구 되었을 뿐 아직 대부분의 독소가 분자구조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미지의 분야이다. 여기서 우리는 독성 생물 및 독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유명한 말이 있다. Paracelsus (1493-1541)의 “sola dosis facet venenum”, 즉 “농도가 독을 결정 한다” 혹은 “모든 것이 독이고 독이 아닌 것은 없다”는 말인데 이는 독과 약은 상대적인 것이며, 용량 등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서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또 주목해야 될 점은 독이라는 개념 자체가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며, 그 독을 약으로 쓴다는 것도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봤다는 것이다. 정확히 따지자면, 독은 분명히 그 특정 생물 관점에서 봤을 때, 진화의 과정에서 얻은 생존 혹은 번식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독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관점이 아닌 그 생물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러스트Ⅰ유은진 기자 qwertys@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의 연구 테마 중에 하나는 독버섯의 독성분에 대한 연구이다. 세계적으로 버섯은 식품과 약용으로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접해왔던 귀중한 식량이었으며,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랫동안 버섯을 즐기는 민족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잘못된 정보와 야생 버섯의 부적절한 섭취로 인해 매년 독버섯 중독 사고가 일어나고 있으며, 사망하는 경우까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그 동안 독버섯은 사람들에게 사라져야 될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피해야 될 존재로 여겨져 왔고, 다른 식용 및 약용 버섯에 비해 전혀 관심이 없었던 대상이었다. 필자는 여기서 이러한 독버섯도 인간의 삶 가까이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생물이며, 인간이 충분히 그 가치를 이용할 수 있는 소중한 천연 자원임을 인식하여 국내 자생 독버섯의 독성분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게 되었다. 버섯은 주변 식물 및 생물의 영양분을 얻으며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진화를 해 왔기에, 버섯만의 독특한 물질로 변환시켜 그들만의 영양분으로 사용해 왔다. 특히 버섯들 중에서 독버섯은 자신이 다른 동물, 유해 박테리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자기 방어 물질로 아주 독특한 물질들을 만들기 때문에 이들을 잘 이용하면 새로운 의약품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이러한 믿음과 가능성으로 현재까지 많은 한국의 자생 독버섯을 채집하고 확보하여 그들의 독성분을 연구하고 의약품으로 개발하고자 연구를 하고 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우리나라 자생 독버섯을 우리가 연구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국내 독버섯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며, 그들의 독성분을 밝히겠는가? 필자는 그들로부터 자연의 숨겨진 보물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국내 자생 독버섯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들로부터 수많은 신규 화합물과 뛰어난 항암 활성, 항염증성 활성을 보이는 천연 물질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독성분이 어떻게 사람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지에 대한 기전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버섯이 약 1600여종 자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중 식용 가능한 버섯은 약 400여 종이고, 독버섯은 160여종이 있다고 하며, 나머지는 식용 불명의 버섯이다. 즉 다시 말해 식용 불명의 버섯은 식용할 수 없으며 독성분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버섯으로, 결국 대부분의 버섯이 독버섯으로 분류를 할 수 있으며, 이는 모두 필자의 연구 대상이 되는 버섯이다. 필자는 약학대학에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연을 연구하는 연구자이다. 현재 필자의 실험실에서는 독버섯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물과 곤충, 미생물, 해양 생물까지 다양한 자원을 연구하며 그들이 생산하는 천연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필자는 자연에 모든 해답이 있다고 믿고, 자연을 관찰하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으며, 하찮은 작은 생물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그들의 삶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을 것이고, 우리 모두는 지구 안에서 공생 관계를 이루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현 교수
약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