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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호] 승인 2016.12.11  00: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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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영원히 올 것 같지 않던 고3 시절의 끝에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마주한 대학 생활은 상상과 많이 달랐다. 낭만적인 캠퍼스 라이프, 잔디밭에서 하하 호호 웃고 떠들던 드라마 속 청춘은 말 그대로 드라마였을 뿐이었다. 교과서 속 사회 운동의 주체였던 ‘대학생’을 동경했던 나는 끝없는 과제와 수업 속에서 낭만보다 피로를 먼저 배웠다. 처음 겪는 대학 생활에 요령도 없이 정면 대결만 하니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바빴던 일상 속에 내가 동경했던 ‘대학생’의 삶은 점점 멀어져 갔다.
그랬던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대학생’이 될 기회가 찾아왔다. 11월 5일의 촛불집회. 나는 그날 광화문으로 갔었다. 만약 이때 내가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남들과 같이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갔던 거라면 나는 지금 후회하고 있을까? 나름 보도사진학회 소속이라고 보도사진이라는 걸 찍어보자고 광화문으로 향했던 나는 그때 모였던 많은 사람들과 같은 사람이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광장. 저마다의 신념을 가지고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던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찍어야 더 멋진 사진이 나올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고 나는 무리에서 빠져나와 청계천 쪽으로 걸어 나왔다. 그날 청계천에선 빛초롱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등불이 청계천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고 연인들과 가족들은 춥지만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들 사이를 마치 유령처럼 돌아다니며 조용히 사진만을 찍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사진을 정리하고 있던 중이었다.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도현아, 오늘 집회 갔었다며! 안 다치고 잘 갔다 왔어?” “어, 잘 다녀왔어. 걱정했어?”라고 답장을 보내고 나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뭘 했다고...? 내가 과연 다른 사람들의 걱정을 받을 만큼 무언가 대단한 것, 혹은 열정적으로 집회에 참여했었나?’
솔직해지자. 나는 그저 사진을 찍으러 간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간 것뿐이다. 만약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 않았다면, 내가 보도사진학회 소속이 아니었다면, 나는 과연 그날의 광화문으로 발길을 돌렸을까? 단순히 청계천의 등불을 보면서 예쁜 사진이나 찍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아니, 그랬을 것이다. 난 날 잘 아니까. 집회 사진을 찍고 남들에게 보여주면서 ‘나, 이래봬도 집회까지 갔다 온 지식인이야’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배워왔던, 동경했던 교과서 속 ‘대학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서도 열정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던 그때의 내가, 친구의 카톡이 오기 전까지 깨닫지 못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대학생이라는 사람이 말이다.
 다음 집회에도 나는 광화문에 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촛불을 들 것이다. 나와 항상 같이 다니던 카메라는 책상 위에 잠시 내려놓고 하나의 불빛이 되러 거리로 나갈 것이다. 과거의 내가 침묵으로 집회 가장자리를 맴돌았다면 미래의 나는 목청껏 사람들 속에서 나의 목소리를, 우리의 목소리를 외칠 것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할 것이다. 내가 동경했던 그때의 그 대학생들이 되기 위해서라도.

   
신도현(사과계열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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