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호성 기자 (doevery@skkuw.com)

3진법 소자를 개발한 연구팀의 박 교수(오른쪽)와 심 원우

우리 학교 박진홍(전자전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3진법 반도체 소자·회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기술은 컴퓨터의 전력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미래의 초절전 스마트기기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교수와 제1저자인 심재우 원우(일반대학원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 석사·박사통합 4기)가 포함된 연구팀은 해당 내용이 담긴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지난달 7일자에 발표했다.
반도체 소자는 컴퓨터와 같은 시스템을 이루는 기본 요소다. 기존의 반도체 소자·회로는 ‘0’, ‘1’과 같이 2진법을 나타내도록 만들어졌는데, 2진법으로는 컴퓨터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데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학계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소자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어졌다. 박 교수와 연구팀도 다진법을 이용한 연구를 실시했고, 3진법을 구현하는데 성공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소자·회로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3진법 반도체 소자는 ‘부성미분저항’이라는 전기적 현상을 통해 구현된다. 부성미분저항이란, 통상적인 경우와 반대로 전압의 크기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전류는 오히려 감소하는 특이한 현상이다. 연구진은 이와 같은 현상을 2차원 반도체인 흑린(black phosphorus)과 이황화레늄(ReS₂)을 수직으로 쌓아, 상온에서 실험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박 교수는 “이황화레늄 연구와 관련된 문헌이 적어서 물질의 물리적 특성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말했다. 3진법 반도체 소자를 이용하면 기존의 2진법 소자를 활용한 회로보다 전력소모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박 교수는 “가령 십진수 128을 표현하기 위해 2진법으로는 8비트(bit·2진법의 단위)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5트리트(trit·3진법의 단위)만 있으면 된다”며 “3진법 소자를 통해 컴퓨터에 들어가는 소자의 개수가 기존보다 60%까지 줄기 때문에 그만큼 전력 소모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3진법에 기반해 동작하는 초절전형 반도체 소자ㆍ회로
ⓒ박진홍 교수 제공

전력소모가 줄어들면 전자기기에 장착되는 배터리의 크기가 줄어든다. 소자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소자를 연결하기 위한 과도한 배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기저항 및 열도 줄어든다. 이를 통해 전자기기의 사용 기간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기술은 이와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앞으로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및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등의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교수는 앞으로 3진법 이상의 ‘다치논리(Multiple-Valued Logic)’회로와 인간의 뇌신경세포를 모방한 ‘뉴로모픽(Neuromorphic) 칩’과 같은 차세대 저전력 반도체 소자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수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운용되는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은 170kW에 상당하는 전력이 필요한데,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의 사용까지 고려하면 전체 전력사용량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미래의 일반 가정에 인공지능이 보급되기 위해서는 전력 사용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하드웨어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 연구는 하드웨어 즉, 인간의 뇌신경과 같은 초절전형 소자·회로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필요하고 이를 진행 할 것”이라며 향후 연구 방향에 대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