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미경 기자 (b.migyeong@skkuw.com)

나는 사진 촬영을 취미로 가진 언니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카메라를 접하고 다뤄왔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사진의 매력은 어린 시절의 나를 홀렸고, 지금도 홀리고 있다. 누군가에게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풍경 사진은 물론 인물 사진까지 다양한 사진을 찍는다고 으레 생각한다. 그러나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나는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기를 어려워했고 그래서 항상 내 사진첩에는 풍경 사진과 우리 집 고양이 사진만 가득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이러다가 인물사진을 영영 찍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움이 밀려왔고 앞으로는 카메라를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성대신문사에 지원서를 내밀었고 사진부 기자가 되어 기자 생활을 시작하였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기본이 되는 취재는 내성적인 나에게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이번 시각면 취재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완전히 낯선 사람들에게 다가가 사진 촬영을 허락받고 인터뷰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카메라를 든 기자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반갑지 않은 불청객으로 여겨지기 마련이라서 나는 신문사를 나가기 전까지도 걱정했다. 나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어깨에 걸치고 있던 카메라를 고쳐 메며 무거운 적막함이 흐르는 새벽의 거리로 나섰다.
예상대로 한 컷의 사진을 남기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취재를 요청했지만, 모두가 잠든 새벽에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은 기자에게 한 줌의 시선을 줄 시간도 없었다. 몇 번의 거절을 겪은 뒤 길가에 덩그러니 서서 고민에 잠겼다. 어쩐지 조급한 마음에 무언가를 얻어내야겠다는 태도로 사람들에게 다가간 것 같았다. 몇 시간 뒤 다시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결국 긍정의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단지 그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던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며 대화를 이어갔을 뿐이었다. 그때 취재 시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관심 그리고 기자가 주는 신뢰감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번 취재는 성격으로 인해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었다. 취재가 녹록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나는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성장통을 겪을 것이고 때때로 또다시 ‘머뭇거리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마다 이번 취재를 떠올리며 ‘잘할 수 있다’고 되뇌고 싶다.   
오늘도 나는 카메라를 메고 밖을 나선다. 전보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