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퍼센트 디자인’ 박은정 대표 인터뷰

기자명 유하영 차장 (melon0706@skkuw.com)

사람들이 친환경적인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곳이 있다. 그곳은 사람들에게 공존의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언론도, 시민단체도 아니다. 바로 우리의 팔과 등에 묵묵히 매달려있는 가방을 제작하는 가방 디자인 회사, ‘백퍼센트 디자인’이다. 100% 즉 △소외계층 △동물 △자연 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긴 가방을 만든다는 백퍼센트 디자인은 그 첫 번째 메시지로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반핵 메시지 백’을 만들었다. 가방에 새겨진 메시지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한 번쯤 고민해보기를 바란다는 백퍼센트 디자인의 박은정 대표를 만났다.

 

‘백퍼센트 디자인’의 ‘리얼 메시지 백’
박은정 대표는 가방 만들기를 좋아한 학생이었다. 단순한 가방이 아닌 친환경적인 가방을 만들고자 했던 그는 다양한 사회 및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세상에 내가 모르는 문제들이 많다는 걸 느꼈죠.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그린디자인학과에 진학했어요.” 그가 전공한 국민대 디자인대학원 그린디자인학과는 디자인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해야 할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도록 가르쳤다. 대학원에서 배우며 고민한 끝에 그는 ‘백퍼센트’라는 이름의 디자인 회사를 만들어 메시지가 담긴 ‘리얼 메시지 백’을 만들기 시작했다. “옷이나 가방에 의미 없는 문자들이 많이 쓰여 있잖아요. 기왕에 쓸 거면 ‘진짜 메시지’가 담긴 말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 한 명에게라도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백퍼센트 디자인을 시작했다는 그. 백퍼센트 디자인은 시즌 별로 다양한 비영리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가방에 환경 문제를 다룬 ‘진짜 메시지’를 담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메시지 백, ‘반핵 메시지 백’
그 계획의 시작인 첫 번째 ‘리얼 메시지 백’은 원자력의 위험성을 담은 ‘반핵 메시지 백’이었다. 박 대표는 대학원에서 핵 문제를 공부하는 동기들과 선배들을 만났고, 원자력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뒤, 그 해 12월에 ‘에코 프로덕트’라는 일본 친환경 박람회에 다녀오면서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체감했다. “박람회에 다녀오자마자 대상포진에 걸렸어요. 다른 이유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다녀온 직후에 병에 걸리니 원전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죠.” 이후 그는 원전을 소재로 소논문을 쓰는 등 원자력을 공부하며 그 위험성을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그가 첫 번째 메시지로 반핵의 이야기를 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린 디자이너로 유명한 윤호섭 국민대 교수에게 자문을 받아 디자인된 반핵 메시지 백에는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가 영어로 크게 쓰여 있다. 그 밑에 새겨진 물음표는 ‘그다음은 없었으면’이라는 뜻을 지닌다. 그리고 가방 안쪽에는 세 원전 사고의 원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쓰여 있다. 그는 이 가방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핵의 위험성을 인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글이 아닌 영어로 글을 새긴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글은 가독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메시지가 너무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무작정 핵에 반대하자며 사람들을 ‘공격’하고자 하는 게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 기억하기를 바라죠.” 반핵 메시지 백은 ‘와디즈’에서 실시한 크라우드 펀딩을 233% 달성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후원자들에게 메시지와 디자인 모두가 좋은 가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그는 오는 11일에 반핵 메시지 백을 메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6주기 행사인 ‘나비행진’에 참여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일본에서도 반핵의 메시지를 가지고 크라우드 펀딩을 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결국 벗어나야 할 에너지, 원자력
원자력의 위험성을 알리려면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끊임없이 공부한 그는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원전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에 점차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전문가와 기술을 동원해 안전성을 확보하려 해도 ‘이미지’가 좋아질 뿐, 원자력이 위험한 에너지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우리에게 보여지는 원자력 발전소는 깨끗하고 안전한 이미지이죠.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이면에 더욱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감기가 수만, 수억 년에 이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지구 상에서 거의 사라지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한 방사능 물질에는 굉장히 많은 위험이 숨어있어요.”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반핵 메시지 백’을 통해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꼭 우리나라에 큰 사고가 나야지만 위험한 걸 알 수 있나요?” 인터뷰 말미에 그가 던진 이 물음은, 이미 원전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함을 알고 있음에도 원전 6기를 추가 건설 중이며 4기의 신설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