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곤 기자 (hlnsg77@skkuw.com)

 

굳이 영화 <라라랜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재즈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와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감성적인 재즈는 길거리의 카페나 상점들부터 각종 광고와 영화, 드라마에서까지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다. 우리 주변에서 재즈는 쉽고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음악이 되었다. 지난해 5월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된 ‘2016 서울 재즈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재즈 음악가들을 초청해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또한 매년 여름 혜화역 마로니에공원에서는 ‘전국 대학생 재즈 페스티벌’이 열려 대학생 재즈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종로구 익선동의 ‘천년동안도’, 이태원의 ‘올댓재즈’ 등 라이브 재즈 카페들은 매일 저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재즈 대중화에 힘입어 우리 학교의 재즈동아리 ‘그루브’도 학우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루브의 왕후용(중문 13) 학우는 재즈를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언제 어디서나 즉흥적으로 함께 연주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어떠한 음악 장르보다 원곡에 구애받지 않고 연주자의 개성을 깊게 담을 수 있는 장르라며 학우들이 재즈의 매력을 알게 되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즈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교통과 무역이 발달한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 지역에서 태동했다. 일반적으로 재즈는 주로 흑인 특유의 음악적 감각이 유럽의 악기와 화성을 만나 파생했다고 설명되지만 그렇게 간단치 않다. 수 세기에 걸쳐 아프리카 음악, 유럽 각국의 클래식과 민요, 더 나아가 시장의 시끌벅적함이나 노동자들의 노동요 등 다양한 음악과 소리가 미국 남부에 축적되었고, 이러한 배경이 흑인 연주자들의 음악적 역량과 만나 재즈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여느 문화·예술 장르와 마찬가지로 재즈 역시 당시의 사회상과 발맞추어 발전했다. 초기 재즈의 발생도 뉴올리언스의 상업적 번창을 배경으로 했고 이후의 다양한 재즈 장르들도 미국 동부 혹은 서부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발전 또는 쇠퇴했다. 재즈의 변천은 주로 대중성 추구와 예술성 추구,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1930년대 미국을 강타한 ‘스윙 재즈’는 대공황으로 절망에 빠진 미국인들을 위로했다. 당시 경쾌한 스윙 재즈를 연주하는 *빅 밴드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미국인들이 춤추는 모든 자리에 함께했다. 이후 1940년대 스윙의 무조건적인 밝은 분위기에 싫증을 느낀 재즈 연주자들은 ‘비밥’이라는 재즈 장르를 발전시켰다. 뉴욕의 젊은 재즈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자극적인 음색과 난해한 화음을 추구하는 장르인 비밥은 당시 비평가들 사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재즈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된다. 1950년대에는 미국 동부의 일부 흑인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하드 밥’이라는 비밥의 변형이 시도되었다. 이는 재즈에 펑키한 느낌을 가미하여 재즈 대중화의 초석을 놓았다. 1960년대 이후 재즈는 △록 △펑키 △힙합 등 다양한 음악 장르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재즈는 장르가 매우 다양하고 연주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음악의 형식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하나의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재즈를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특징이 있는데 재즈의 스윙감과 즉흥연주, 기존의 틀을 깨는 화성이 그것이다. 재즈의 스윙감은 사람들이 몸을 들썩이고 손이나 발로 박자를 맞추고 싶게 만든다. 이는 연주가 정확한 박자에 맞아 들어가지 않고 조금씩 앞이나 뒤로 당겨지며 긴장감 혹은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재즈 연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즉흥연주는 작곡과 동시에 연주가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재즈 연주자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즉흥연주에 생생함을 더한다. 영화 <라라랜드>에서 라이언 고슬링의 대사처럼 재즈 연주에서 일어나는 연주자들 사이의 즉흥적인 갈등과 조율, 화합은 재즈의 모든 장르가 갖는 매력이다. 이에 더해 재즈는 화성 진행과 음의 선택에 있어서 기존 클래식의 전통적인 화성학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화성의 조합을 개척한다. 기존의 클래식에 의해 불협화음이라고 생각되던 많은 화음은 재즈의 감성과 연주기법 속에서 충분히 조화로운 화음으로 새롭게 인정된다. 이렇게 재즈가 만들어놓은 새로운 화성들은 현대 대중음악 발전의 시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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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밴드=재즈나 댄스음악을 연주하는 대규모 악단. 브라스(트럼펫, 트롬본), 리드(클라리넷, 색소폰), 리듬(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스)의 3개 섹션으로 이루어지고, 브라스와 리듬은 각각 몇 명의 플레이어가 합주하므로 전체는 15∼20명 정도의 합주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