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학, 체제와 현실의 벽과 마주하다
북한학, 체제와 현실의 벽과 마주하다
  • 채진아 기자
  • 승인 2017.03.07 13:56
  • 호수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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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Ⅰ유은진 기자 qwertys@

한반도의 반세기 역사 속에서 태동하다
북한학이란 북한의 △경제 △문화 △사회생활 △사회체제 △외교 △지리 △정치 △행정 등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는 학문이다. 학계에 따르면 북한학의 수립 및 발전 과정은 역사적 흐름에 따라 크게 4단계로 분류된다. 북한학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는 분단으로 인해 생긴 ‘한 민족 다른 국가’에 대한 이론적, 정치적 관심을 바탕으로 체제에 대한 연구가 행해졌다. 경제 성장을 이룩한 1960년대 말에 들어서는 정부 부처인 국토통일원을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연구와 통일에 대한 시민 사회의 적극적 관심이 결합되었다. 통일에 대한 시민 사회의 관심은 1987년 6월 민주 항쟁을 계기로 극대화되어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1990년 독일 통일은 분단이라는 같은 상황에 놓인 우리나라에서도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정점에 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영향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여러 대학에서 북한학과가 개설되었으며 북한연구학회 또한 설립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북한 및 통일연구가 기존의 정치적 논의에서 △경제학 △문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로 확장돼 학문적 제도화를 이루었다. 북한학은 이러한 발전과정을 통해 이데올로기적 영역으로부터 새로운 종합학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지역학과 통일학의 접목으로 특수성을 가지다
북한학은 지역학과 통일학적 성격이 결합된 특수성을 지닌 학문이다. 지역학적 연구는 특정 지역의 △경제 △문화 △사회 △외교 △정치 등 각 분야의 종합적 연구를 포괄한다. 한반도가 지닌 분단이라는 구조적 조건으로 인해 북한학은 단순한 지역적 이해를 넘어서 통일 지향적 성격도 지닌다. 통일학으로서의 북한학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사적 흐름에 따른 학문적 성격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냉전 시기, 북한학은 안보적 필요성과 체제의 정당성 유지 차원에서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뚜렷했다. 반공의식으로 인해 연구 주제에 제약이 있었고, 이에 따라 북한학은 학문적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탈냉전 이후 북한학계 내부에서는 이데올로기적 편향에서 벗어나서 보다 객관적인 방향의 연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 시기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은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박순성 교수는 “학문은 사회적 수요에도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며 “체제 차이와 북한을 적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화 △예술 △종교 △체육과 같은 일상사적, 미시적 연구를 가로막는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학, 위기에 직면하다
북한학은 현재 고질적인 남북의 체제 차이에서 비롯된 이데올로기적 제약과 미약한 사회적 수요로 인해 현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데올로기적 제약은 현실적 문제와 감정적 문제를 동시에 야기한다. 먼저 체제 차이로 인해 북한 사회에서 일차적으로 생산해내는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길이 한정되어 있다. 또한 아직까지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을 협력과 공존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배척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고하게 남아 있다. 박 교수는 “북한학에서도 북한을 ‘통일의 또 다른 주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통일의 대상’으로 사유하는 연구 경향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체제 우월성에 바탕을 둔 이데올로기적 북한연구는 △군사학 △경제학 △정치학 분야를 중심으로 일방적인 체제 통합에 치중하는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
미약한 사회적 수요는 자연스럽게 학과 구조조정 문제로 이어져 북한학이 맞이한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때 사회적 수요란 북한학 자체의 필요성과 이를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의 취업 기반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학과 구조조정은 대학에도 적용되는 시장논리의 일환으로 상대적으로 취업에 열세한 학과들의 경우 학과가 통폐합되는 학문적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북한학과 또한 학과의 특수성 탓에 취업 통로가 넓지 않기에 예외는 아니다.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북한학과의 경우, 독립된 학부로 존재하는 곳은 동국대 서울캠퍼스가 유일하다. 여기에는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남북 관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북한학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남북한 교류와 협력이 위축된 가운데 그에 따른 인력의 요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맞이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힘과 오늘날 당면하고 있는 남북 관계의 파탄으로 인해 북한학은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한반도가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 및 지속되기 위해서는 대화, 협력을 이끌 인재가 필요하다. 통폐합은 이런 인재 양성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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