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신상규 교수

기자명 이호성 차장 (doevery@skkuw.com)

미디어에 등장하는 사이보그화 된 주인공의 모습처럼, 미래의 우리 모습도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 신체의 많은 부분이 변형되어 원래의 모습은 찾기 힘들어졌을 때 인간은 지금과 같은 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새로운 인간상에 대한 철학적 논의인 ‘포스트 휴머니즘’을 연구하는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신상규 교수를 만나 미래의 인간상을 그려보고 이와 같은 논의의 필요성과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보았다.

 

포스트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

포스트 휴먼이란 인간 이후의 인간을 뜻하며, 이때 인간은 합리성으로 대표되는 근대적 인간이다. 또 다른 맥락에서 포스트 휴먼은 사이보그 또는 온라인상에 소프트웨어적으로 업로딩된 자아 등 지금의 생물학적인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며 인간을 계승하는 자들을 말한다. 포스트 휴머니즘은 포스트 휴먼에 대해서 정의하고,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근대적 휴머니즘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보그와 같은 포스트 휴먼들을 인간이 진화한 형태라고 봐야 할까.

 그렇다. 우리가 흔히 진화라고 하면 저등한 것에서 고등한 것으로 변하는 것을 생각하는데, 그것이 바로 근대적 사고의 산물이다. 진화란 변화를 의미한다. 큰 의미에서 진화를 구분했을 때 신체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 지금까지 신체와 문화가 함께 진화해 왔다. 현재 처음으로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을 변형시키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진화가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신체적 변화를 거부하는 입장 또한 존재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인간의 기계화에 대한 입장은 두 개로 나뉘어 양극단에 있다.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추구하는 ‘트랜스휴머니스트’들과 인간의 기계화가 인간이 지닌 본래적 가치들을 훼손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거부하는 ‘생명보수주의자’들이다. 누가 맞다고 결론 내릴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입장들 모두 고려 해봐야 한다. 기술이 개발되면 단순히 개인이 사용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며 사회적으로 확산될 것이고 이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단순히 생각해 봤을 때, 사이보그화는 현재 존재하는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와 같은 부작용에 대해 공론화하고 두 입장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여 쟁점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변화에 찬성하는 입장인 사람도 당장 팔을 인공 팔로 교체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선뜻 그렇게 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사이보그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은 시간이 지나며 사라질까.

 세대가 바뀔수록 신체적 변화에 대한 인식 및 기준이 달라진다. 성형수술도 처음에는 거부감이 강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처럼 지금의 인식은 앞으로 어떤 교육 및 담론이 이루어지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지금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힘이 우선이지만 나중에는 기계로 신체를 대체하는 것이 당연해 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우리가 어떤 미래에서 살 것인가. 바람직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술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기술들이 가져올 수 있는 인간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 혹은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포스트 휴머니즘은 이와 같은 논의를 통해 무분별한 기술의 발달로 찾아올 수 있는 문제점들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금 왜 포스트 휴머니즘인가.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고,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짚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가 도래하면 우리는 그 전으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인공지능, 사이보그 등의 기술들은 앞으로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것들이다. 변화가 도래하기 전, 지금처럼 선택의 기회가 있을 때 논의를 통해 올바른 방향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