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술 풀리는 세상 -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기자명 이호성 차장 (doevery@skkuw.com)

사이보그를 통해 인간존재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던지며 개봉 당시 혁신으로 여겨진 SF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스칼렛 요한슨이 주인공인 헐리우드 실사 영화로 재탄생하여 오는 29일 개봉한다.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에는 다양한 사이보그 기술들이 등장한다. 인간의 뇌를 직접 컴퓨터와 연결하는 ‘전뇌화’ 기술을 비롯하여 기계로 강화된 신체 등,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기술들이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과연 그럴까. 미래학자이자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 대표인 차원용 소장의 자문을 받아 작품 속 등장하는 미래기술들의 실현 가능성과 관련 기술들의 동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주인공인 ‘쿠사나기 소령’은 뇌 일부분을 제외하고 모든 신체가 사이보그로 개조된 인간이다. 그는 특수부대인 공안 9과에 소속되어 네트워크나 현실에서의 테러 진압 업무를 수행한다. 그의 신체적 특징은 목 뒤에 단자가 있다는 것이다. 목 뒤의 단자를 통해 그는 직접 컴퓨터와 연결된다.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의 포스터.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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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영화

쿠사나기 소령은 동료와 함께 해킹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를 쫓고 있다. 차를 타고 도망가는 용의자를 추적하는 도중, 동료의 운전에 답답함을 느낀 쿠사나기 소령은 목 뒤 단자를 통해 직접 차와 연결하여 운전한다. 핸들을 조종하거나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지 않고 생각만으로 차를 원하는 속도 및 방향으로 조종하여 용의자를 따라잡는 데 성공한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뇌파차’ 연구

2011년 독일과 영국에서 뇌파를 이용하여 자동차 운전을 시도했다. 일본 및 미국에서도 관련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타이어가 2014년 ‘더 넥스트 드라이빙 랩’을 통해 뇌파차를 선보였다. 중국에서도 뇌파차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다. 2015년 12월, 중국의 난카이대에서는 뇌파를 이용하여 생각만으로 자동차를 움직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진과 후진만 가능한 형태였다. 뇌파차는 미래 주행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가속만 가능한 형태로 브레이크는 발로 조절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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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영화

끈질긴 추적 끝에 범죄의 진상을 밝히는 데 성공한 쿠사나기 소령. 인공지능인 범죄자와 소통하기 위해 단자에 선을 연결하여 대화를 시도한다. 이때, 사이보그인 동료도 함께 연결하여 대화에 참여한다. 그들은 말이 아닌 생각을 직접 전달하며 의사소통한다. 연결을 통해 그들은 보다 직관적으로 대화하며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적인 신호까지 공유한다.

텔레파시가 현실이 되다

비록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생각을 집중해야 하지만 영화에서 보던 텔레파시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다. 2015년 9월, 미국 워싱턴대는 두 사람의 뇌를 인터넷으로 연결한 상태에서 한 사람이 던진 질문에 다른 사람이 떠올린 답을 생각만으로 전달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참가자는 서로 1.6km 떨어진 두 건물에 배치되었고, 한 참가자가 다른 이에게 스무고개의 형식으로 20가지 질문을 했다. 질문에 대해 O, X로 대답하며 정답을 추리했고, 그 결과 정답률은 72%에 달했다. 해당 기술은 앞으로 의료와 교육 등의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에 등장하는 기술들은 모두 BCI(Brain-Computer Interface)의 일종이다. 컴퓨터와 뇌가 직접 연결되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차 소장은 “실험적인 연구들이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기계적 연결에 대한 신체의 거부반응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비로소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