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호성 차장 (doevery@skkuw.com)

지난해 10월 8일 스위스 취리히, 인간보조로봇 분야의 국제 로봇 올림픽인 ‘사이배슬론’ 대회가 열렸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인 김병욱(42) 씨는 로봇을 장착하고 각종 장애물을 통과하여 10여 분에 걸쳐 각종 미션을 완수했다. 경기가 끝나자 스텝들이 모두 나와 그를 안았고, 장내에 있는 관중들은 일어나 박수를 쳤다. 로봇과 결합함으로써 신체적 장애가 더 이상 극복 불가능한 대상이 아님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신체적 장애, 무쇠 팔과 무쇠 다리로 벗어나다

‘무쇠 팔, 무쇠 다리’ 마징가 Z의 얘기가 아니다. 오늘날 로봇은 단순히 노동을 대신해주는 존재를 넘어서 인간의 손상된 신체를 대체하고 있다. 신체가 절단된 장애인들은 로봇 팔·다리를 장착하여 비장애인과 같이 일상생활을 하고, 사지가 마비된 환자는 입는 로봇을 통해 다시 한번 발걸음을 뗀다. 아직 그 움직임이 완벽하지는 않다. 사이배슬론 대회에 등장한 대부분의 입는 로봇들 같은 경우에는 목발과 비슷한 보조기구가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다. 현재 개발된 로봇 팔·다리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세세한 움직임까지는 만들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더 이상 신체적 장애인들이 휠체어에 앉아만 있거나 누군가가 도와주길 바라며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그들은 로봇을 통해 신체적 장애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았다.

‘브레인 칩’, 뇌의 한계 뛰어넘다

인간이 가진 신체적 한계는 인간의 활동영역을 제약한다. 우주나 심해와 같이 극한 환경에서 인간은 살아남을 수 없다. 그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 인간의 기계화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기억력 및 사고력도 제한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된 기억은 흐릿해지고 결국엔 사라진다. 하지만 만약 특정 기억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머릿속에 마음대로 저장할 수 있다면? 지난해 10월,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연구진이 쥐와 원숭이 등을 대상으로 한 ‘브레인 칩’ 연구에 성공했다. 뇌에 삽입하는 인공기관인 브레인 칩은 전자기적 신호를 통해 특정 기억을 관장하는 영역을 자극하여 기억을 강화하고, 나아가 외부의 정보를 칩을 통해 뇌로 전달하여 저장할 수도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및 뇌-기계 인터페이스(BMI)에 대한 다양한 연구도 기계와의 결합을 통해 인간이 가진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연구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사이보그로의 진화는 필연적인가

인간은 점점 고령화되고 있고 로봇 및 인공지능은 날이 갈수록 발달하고 있다. ‘알파고’로 드러난 인공지능의 기술수준에 인간은 생존권에 대한 위협을 느꼈다. 지난달 13일에 열린 세계정부서밋에서 테슬라의 CEO인 엘론 머스크는 “인간이 맞을 인공지능의 위협, 기계와 합체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에 대항하기 위해서 인간이 사이보그로 거듭날 필요가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책,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인간 진화의 끝을 사이보그로 전망했다. 유인원으로부터 인간이라는 존재까지 우리가 진화해왔던 것처럼,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자연스럽게 사이보그화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진보인가 멸종인가, 우리 손에 달린 미래

과학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는 것을 긍정하는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인간이 기계와 결합하여 사이보그화 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거나 생물학적 본성을 변형하는 데 과학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생명보수주의자’들도 있다.

정말로 사이보그 시대가 도래했을 때 인간이 맞이할 미래가 어떨지는 아직 모른다. 진보일수도, 멸종일 수도 있다. 아직까지 가능성의 문은 모두 열려있다. ‘지금 어떻게 준비하고 변화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냐’에 따라 진보와 멸종의 추는 옮겨갈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전,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인류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