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 산골 초가 민박 체험기

기자명 유민지 기자 (alswldb60@skkuw.com)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삶, 끊임없이 ‘이건 아닌데’하며 거듭 회의감을 느끼면서도 멈추는 것은 막상 불안하다.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살면 어떨까.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자연인의 삶을 보지만, 그들의 실제 삶이 어떨지는 막연한 느낌이 들 뿐이다. 백견불여일행(百見不如一行), 무엇이 그들을 자연으로 이끌었는지 알기 위해 1박 2일 동안 필자와 곽윤선(글리 15) 기자는 자연 속에서 생활해 보았다.


전봉석(51), 오경순(56) 부부가 운영하는 초가 민박집은 강원도 영월 공기리에서도 골짜기를 따라 한참을 더 들어가는 외딴곳에 있다. 대중교통으로도 닿지 않는 외딴 곳이라 전 씨는 트럭을 몰고 터미널로 손님을 데리러 온다. 산으로 들어가는 길, 산에서 사는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전 씨는 “도시에서는 늘 쫓기는 생활에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돈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고……”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기자는 전 씨를 만나기 전까지도 마감 전 제출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후 2시경, 탈탈거리는 트럭에서 내리자, 산뜻하고 맑은 공기가 느껴졌다. 집에 들어서자 창문 너머로 산 넘어 산, 말 그대로 첩첩산중의 풍경이 보였다. 뜨끈한 구들바닥 덕분에 먼 곳에서 온 피로가 풀렸다.

산에 왔으니 직접 캔 나물로 요리하고 싶어 냉이를 찾으러 다녔다. 분명 이곳을 오기 전에 핸드폰으로 냉이 사진을 확인했지만, 비슷하게 생긴 풀들만이 있을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냉이 한 뿌리를 찾았는데, 꽝꽝 언 흙에 뿌리 깊이 박혀 있어 살살 달래며 호미질을 해야 했다. 슈퍼에서 항상 무더기로 보았던 나물이 이렇게 구하기 어려울 줄이야. 결국, 3시간 동안 찾은 냉이는 한 손바닥 안에 들어올 정도로 양이 적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가 냉이를 씻고 다시 구들장에 앉았다.

냉이를 캐는 모습.

따뜻했던 구들장은 어느새 식어 미지근했다. 오후 5시경, 전 씨가 “군불 때러 왔어요”하며 마당에 나타났다. 어리둥절한 기자들의 모습에 그는 “난방 하는 거예요”라며 장작을 가지고 아궁이에 불을 땠다. 탁탁탁... 나무 타는 소리가 들렸다. 버튼 하나 누르면 되는 도시와 달리, 난방마저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냉장고에는 오 씨가 준비해둔 고추장과 된장, 농사지은 나물 반찬들이 있었다. 반찬에서 나는 시골 향기에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룻바닥 주위를 둘러보니 오직 주인집 부부의 집과 기자들의 집, 두 채만 불이 켜지고 사방이 캄캄했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 필자는 곽 기자와 그동안 못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웃긴 이야기도 하고, 서로의 고민도 들어주었다. 방에 들어와서는 아궁이에 넣어놨던 고구마를 꺼냈다. 노란 속살에 단물이 죽죽 흐르는 고구마를 보니 군침이 절로 돌았다. 노릇노릇 구워진 고구마를 호호 불며 먹었다. 밤 구경을 하며 켠 라디오는 잔잔한 음악을 공기 중으로 흘려 기자들을 기분 좋게 했다. 분위기 있는 음악, 뜨끈한 바닥에 저절로 마음이 여유로워져 바닥에 드러누웠다. 오후 10시경, 문밖을 나서자 태어나서 처음 본 광경에 입이 벌어졌다. 수많은 별이 반짝거리며 필자를 반겼다. 도시에서는 밤에도 환한 건물들 때문에 별들을 보지 못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바랐다.

조용한 아침을 깨운 것은 새들의 지저귐이었다. 마당으로 나가자, 맑은 공기와 고요한 산이 필자를 반겼다. 집에 돌아와 어제 주운 나뭇가지로 아궁이에 불을 피우려고 하였다. 어렵사리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여 나뭇가지에 불을 옮겼지만, 30분이 지나도 가마솥의 물은 끓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쩔쩔매는 기자들에게 오 씨가 다가와 “나뭇가지가 한참 더 있어야 해. 이거 가지고 물 끓이기엔 턱도 없이 모자라는 걸”이라며 웃었다. 나뭇가지를 더 주우러 돌아다녔지만, 하필 새벽에 눈이 내려 마른 나뭇가지들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기자들은 냄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떠날 채비를 했다.

트럭을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길, 자연인 체험을 하러 오는 사람이 많은지에 대한 질문에 오 씨는 “많지. 그런데 도시 사람하고 시골 사람하고 개념이 다른 것 같아”라고 말했다. 오 씨는 전에 왔던 손님 이야기를 하며 “장작을 주는 대로 다 때버리고, 온돌방에 왔으면서 두꺼운 이불을 달라고 하고, 시골은 좋다면서 흙 묻는 건 싫어하고, 불 때는 건 좋은데 연기를 싫다 하는 손님들이 있어. 무작정 환상을 가지고 오면 안 되지”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티비에서 보던 자연인의 생활을 소위 ‘흉내’내 보려던 필자의 모습이 생각나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상상과 달리, 자연에서의 생활은 마냥 행복하기보다는 불편한 점도 있었다. 하지만, 도시에서 느꼈던 압박감과 자연에서 느낀 불편함은 다른 차원의 스트레스로 느껴졌다. 시설은 불편했지만 마음은 편안했다. 북적거리는 도시와는 달리 고요함 속에서 물 흐르는 소리, 새 소리, 바람 부는 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수시로 울렸던 SNS의 알림음에서 벗어나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 또는 나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했던 것들이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자연 그 자체보다는 자연이 주는 ‘느낌’ 아니었을까.